미, LNG 수출 2배 확대…한국엔 변수
미 에너지정보청 전망 … 도입다변화 기회지만 국내 수요감소 전망도 고려해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6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에서 “북미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용량이 2029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석유·천연가스를 충분히 생산해 에너지가격을 낮추고,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밝힌 이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지역의 LNG 생산 증가는 한국 등 동아시아 수입국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IA에 따르면 북미지역의 LNG 수출능력은 2024년 기준 하루 11.4억 입방피트(Bcf, 1Bcf=28.3ℓ)에서 2029년까지 28.7 Bcf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LNG 수출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각각 2.5 Bcf, 0.6 Bcf 규모의 수출 터미널 건설을 추진 중이어서, 북미 전체 수출 능력은 향후 5년 내 현재의 두 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공급 다변화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LNG 수입의 50% 이상을 호주 카타르 오만 3개국에 의존하고 있으나, 미국산 LNG 도입이 늘면 공급 리스크를 줄이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별 LNG수입은 호주가 1140만톤(비중 25%)으로 가장 많고, 카타르 818만톤(19%) 말레이시아 613만톤(13%) 미국 564만톤(12%) 오만 473만톤(10%) 순이다.
우리나라의 미국산 LNG수입은 2016년만 해도 3만톤에 불과했으나 트럼프 1기 행정부때인 2017년 196만톤으로 늘어난 이후 급증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인터내셔널은 9월 11일(현지 시각) 미국 글렌파른사와 알래스카에서 연 100만톤의 LNG를 20년간 공급받는 프로젝트의 사전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도입가격 측면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제시된다. 블룸버그와 골드만삭스 등은 미국과 카타르를 중심으로 한 공급확대가 이어질 경우 아시아 LNG 가격이 2027년까지 최대 4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위험 요인도 상존한다. 북미지역 LNG 수출터미널의 인허가 절차와 파이프라인 건설 지연 등으로 프로젝트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국 내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질 경우 수출 제한 조치도 재검토될 수 있다. 2024년 12월 당시 미국 에너지장관이었던 재닛 그래넘은 “무분별한 LNG 수출이 미국내 공급 안정성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LNG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어서 수입다변화보다는 계약 유연성과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LNG 발전량은 2023년 157.7테라와트아우어(TWh)에서 2038년 74.3TWh로 급감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이 기간 발전비중은 26.8%에서 10.6%로 감소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및 탄소중립 이행과 맞물린 계획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으로 미국산 LNG 수입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해 장기계약과 스팟거래의 균형, 운송리스크 관리 등도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