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중립성 상실이 급락 키웠다”

2025-10-20 13:00:03 게재

27조원 강제 청산 사태에

DRW 창업자 강력한 비판

입금 중단·유동성 개입 등

시카고 기반 자기자본 거래 대형사 DRW 홀딩스 창업자 도널드 윌슨이 최근 가상화폐 시장 급락 당시 주요 거래소들이 중립적인 시장 운영자 역할을 저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윌슨은 가상자산 시장이 기관 투자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거래소는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거래 장소로 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DRW 산하 컴벌랜드는 가상자산 분야의 대형 거래 및 시장조성 업체 중 하나다.

그는 특정 거래소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17일 같은 대규모 강제청산 사태는 물론 평상시에도 일부 플랫폼이 자체 거래소에서 유동성을 직접 제공하는 행위를 문제 삼았다. 전통 금융에서는 중립성의 경계가 분명하지만 가상자산에서는 그 경계가 자주 흐려지며, 이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날 하루 동안 선물과 영구선물 등 파생상품 시장에서 명목 기준 약 190억달러(약 27조원)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고, 주요 코인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 이는 테라USD 붕괴나 FTX 파산 때를 뛰어넘는 가상자산 사상 최대 규모의 하루 청산 기록이다.

사태 이후 대규모 강제청산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컴벌랜드는 평소처럼 정상 영업 중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윌슨은 또 일부 거래소가 급락 국면에서 입금을 중단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는 전통 금융 시장의 결제·청산 시스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다수 트레이더가 마진콜을 충족할 추가 자금을 넣지 못했고,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운영상 취약점을 개선해야 가상자산 거래가 새로운 거래 인프라 위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시장이 선물중개회사(FCM)의 역할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시간으로 마진을 정산하는 시장에서는 고객과 거래소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할 중개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가상자산 플랫폼에는 FCM에 준하는 완충 장치가 없어 리스크 관리가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포지션이 즉시 평가·청산되고 유동성이 고갈되면 이를 흡수할 중간 자본이 없어 충격이 증폭되는데, 지난주 상황이 바로 그 사례였다는 설명이다.

한편 미국 투자 교육매체 인베스토피디아는 이번 급락에서 낮은 유동성 탓에 거래소 간 가격 차이와 체결 불일치가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일부 알트코인은 순간적으로 80% 가까이 폭락하며 변동성이 극심했다는 평가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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