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환상적 협정 맺을 것”

2025-10-21 13:00:05 게재

트럼프, APEC 회담서 빅딜 예고 … 중국 희토류 통제에 호주와 자원동맹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각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와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배석한 모습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공정하고 환상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직접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미중 무역 갈등의 전환점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시 주석과 공정하고 훌륭한 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EU, 일본, 한국과 매우 공정한 협정을 맺었고 중국과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우 흥미로운 협상이 될 것이며 이는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중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의 후폭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미국에 55%의 관세를 지불하고 있으며 11월 1일부터는 최대 155%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우리와 협정 없이 거래하려 하지 않는다면 큰 곤경에 빠질 것”이라며 “나는 중국이 번영하길 바라지만 그것은 미국과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며 무역 갈등을 고조시킨 것에 대해서는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했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 “관세 외에도 다양한 협상 카드가 있다. 항공기 부품 공급 중단만으로도 중국은 400대 이상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바 있다”고 밝혔다.

한미 무역협상의 경우 한국의 대미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투자 패키지 구성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남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는 식으로 피력해 왔는데 이날도 비슷한 취지로 표현했다. 그는 “한국을 떠날 때는,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는 매우 강력한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측 모두 만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이날 호주 총리 앨버니지와 함께 ‘핵심 광물 및 희토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미-호주 협정문’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품목을 7종에서 12종으로 확대하고 관련 기술까지 통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촉발된 자원 안보 불안에 대한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는 향후 6개월간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를 공동 투자해 희토류 및 핵심 광물 채굴·정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백악관은 이 협정을 통해 회수 가능한 자원 가치가 약 530억달러(약 75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 수출입은행(EXIM)은 22억달러 이상의 금융지원을 통해 총 50억달러의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미 국방부는 서호주 지역에 갈륨 정제소 건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정은 4~5개월 전부터 논의해 왔으며 중국의 수출통제 발표 이전부터 준비된 것”이라며 “1년 뒤면 엄청난 양의 희토류와 광물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희토류의 가치가 2달러 정도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면서 “베트남 등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한 국가들과도 협력을 확대해 공급망을 더욱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중국의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다.

미국과 호주의 협력은 자원뿐 아니라 방위산업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처럼 미-호주 협정은 단순한 자원 거래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중국의 자원 통제를 국제 무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글로벌 자원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항공우주 및 방산 부문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공정한 협정” 체결을 자신하면서도 동시에 호주와 손잡은 것은 향후 미중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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