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 인도 금융에 수십억달러 투자
미 신용불안 속에도
대형 거래 잇따라
미국 신용손실 우려와 통상 갈등이 투자심리를 흔드는 와중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인도 금융업에 대규모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 소유 국영은행인 에미레이트NBD은행은 최근 인도 RBL은행에 3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인도 은행권에 대한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다. 이달 초 아부다비의 인터내셔널홀딩컴퍼니(IHC)는 그림자금융사(비은행 대출업자) 삼만 캐피털 지분을 10억달러에 취득했으며, 일본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은 5월 예스뱅크 지분 20%를 16억달러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올 들어 인도 금융서비스 부문을 겨냥한 거래 규모는 약 150억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자금이 몰리는 배경으로는 디지털 금융 확산, 정부의 구조개혁, 여전히 큰 미개척 내수시장이 꼽힌다. RBL은행의 아르 수브라마니아쿠마르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의 성장 스토리가 전 세계적으로 수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금융시스템과 강한 규제기관이 해외 자본에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최근 몇 년간 대출 흐름을 개선하고 금융중개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동시에 과도한 위험추구를 겨냥한 단속을 강화해 비은행 대출업체들에 내부통제 보완을 촉구했다. 7년 전 부실채권 누적으로 금융시스템이 흔들렸던 경험을 바탕으로 파산법 전면 개편과 국유은행 재자본화도 진행됐다. 정책 당국은 외국인 지분 확대가 더 쉬워지도록 국영은행 지분 매각 방안 등을 검토 중이며, 일부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 허용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실적과 주가도 이를 뒷받침한다. HDFC은행과 ICICI은행은 대출 성장에 힘입어 예상치를 웃돈 분기 실적을 내놨고, 니프티은행지수는 올해 13% 넘게 올라 17일 사상 최고가로 마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IDBI은행 지분 매각도 수십억달러의 자금 유입을 예고한다.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인수 대상을 적극 물색하고 있으며, 쉬리람파이낸스 지분 매입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트라이컬러홀딩스와 퍼스트브랜즈그룹 파산 여파로 숨은 신용손실 우려가 커졌다. 인도 역시 대미 통상 마찰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외 전략투자자의 인도 내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상존한다. 독립 리서치 애널리스트 헤민드라 하자리는 “외국 은행의 인도 은행 인수 성공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외국 은행이 인도 은행을 인수한 사례는 많지만, 그런 투자가 실제 매출이나 이익 성장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인도 시장은 토착 대형 금융사들이 확고한 지위를 점하고 있어, 외국 자본이 수익성 높은 소매금융 기반을 구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글로벌 자금은 인도의 구조적 강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랜트손턴 바라트의 비벡 람지 아이어 파트너는 “지정학적 위험이 금융과 공급망 위험을 가속했다”며 “외국 투자자들은 그 위험을 최소화하는 국가에서 초과수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의 내수 중심 구조와 글로벌 경기와의 낮은 상관성은 매우 매력적인 진입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미 신용불안과 통상 변수 속에서도 인도 금융업은 규제 정상화와 내수 성장, 주가·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로컬 시장 구도와 과거 위기의 학습효과를 감안할 때, 외국 자본의 성공 열쇠는 철저한 위험관리와 장기 전략에 달려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