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주, AI·비트코인 제치고 증시 주역으로
금 ETF 폭발적 유입도 한몫
국내 금 ETF도 20% 수익
파이낸셜타임스(FT) 9일자에 따르면 S&P 글로벌 금광업 지수는 올해 들어 126% 급등하며 S&P 업종 지수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는 현물 금 가격이 온스당 약 4259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상승률이 이미 60%를 넘었다고 전했다. 채굴 원가는 비교적 고정돼 있어 금값이 오르면 광산 업체들의 이익이 곧바로 늘어나는 구조다.
올들어 애그니코 이글 마인스(AEM)는 113%, 배릭골드(GOLD)는 114%, 뉴몬트(NEM)는 134% 상승했다. 9월 30일 홍콩에 상장한 즈진 골드 인터내셔널(2259.HK)은 공모가 대비 주가가 두 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는 40%, 오라클 72%, 알파벳 30%, 마이크로소프트 25%, 비트코인은 31% 오르는 데 그쳤다.
투자업계는 현금 창출력이 급증한 업종의 재무 규율 유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금값 급등기에는 무분별한 인수합병, 임원 보수 급증, 생산비 상승이 뒤따랐고, 2011년 정점 이후 4년간 금광주가 79% 폭락했던 악몽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금값 랠리는 중앙은행의 순매수와 미국 부채 확대 우려, 미 연방정부 셧다운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더욱 강해졌다.
첫째는 인수 주체에 투자하는 것이다. 뉴몬트, 배릭골드, 애그니코 이글 마인스 같은 대형사는 재무 여력이 두텁고 운영 역량이 검증돼 선택적 인수나 공동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키노로스(KGC), 알라모스골드(AGI)도 기존 사업지와 인접한 ‘볼트온(소규모 인접 광구 인수)’ 거래에 적합하다.
둘째는 매각·인수 대상으로 주목받는 종목이다. 아이앰골드(IAG)는 코테 광산 가동으로 불확실성이 줄며 관심을 받고 있고, 시브리지골드(SA)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KSM(세계 최대급 미개발 금-구리 광산 중 하나)의 특성상 전략적 투자자와의 공동개발이 자연스럽다. 노바골드(NG)는 도넬린 같은 초대형 광구 지분을 바탕으로 지분 재편이나 자금 조달 파트너 유치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편 과거 과도한 보수 체계가 도마에 올랐던 만큼, 금값 상승의 과실을 임원 보상으로 돌리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재부상했다. 금광 채굴 업계는 사이클 초입에서 단기간 높은 수익을 내지만, 그만큼 과열과 후폭풍의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미국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은 폭발적이었다. 대표 상품인 SPDR 골드 셰어즈(GLD)는 9월 22일 하루에만 22억달러가 들어오며 설정 이래 최대 일일 순유입을 기록했고, 10월 9일 거래량도 3370만주에 육박하며 올 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골드 트러스트(IAU)도 보유 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10월 17일 기준 신탁 내 금 보유량은 487.19톤으로 집계됐고, 로이터는 최근 금값 급등의 배경으로 미국 금 ETF로의 이례적 자금 유입을 지목했다. 자금은 대형 금광주 ETF로도 분산되고 있으나, 현물형 상품으로의 직접 유입이 당분간 흐름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금 관련 ETF 7종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20.6%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ACE KRX금현물’이 29.0%로 가장 높았고, ‘TIGER KRX금현물’이 28.9%로 뒤를 이었다. ‘SOL 국제금’(18.0%)과 ‘KODEX 금액티브’(17.7%) 등도 20%에 근접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