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넥스트레이드 성장세에 주목

2025-10-21 13:00:07 게재

"개인들 출근때 거래 열기"

"세계적 드문 성장 속도"

한국의 새 주식거래소가 출범 몇 달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국내 2조4000억달러 규모 주식시장 거래량의 3분의 1 가까이를 장악했다고 블룸버그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4시간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 수요가 폭발하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시간을 늘리고 수수료를 낮춘 전략으로 지난달 주식 거래대금 기준 점유율을 약 30%까지 끌어올렸다.

3월 출범 당시 4%에도 못 미쳤던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처럼 일부 종목은 70년 역사의 한국거래소보다 대체거래소에서 더 많이 거래되고 있다.

예상 밖 속도전에 감독당국도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대체거래시스템 거래를 제한하는 규정 재검토에 착수했고, 한국거래소도 그간 고수해온 정상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재논의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가 부양 기조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거래 수요가 빠르게 분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 강소현 선임연구위원은 넥스트레이드의 점유율 확대 속도가 글로벌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호주와 일본처럼 단일 대형 거래소와 소형 대체거래소가 병존하는 시장과 비교해도 확장이 매우 빠르다는 설명이다.

넥스트레이드는 하루 12시간 문을 연다. 한국거래소의 6시간30분보다 길다.

핵심 매력은 장전 거래다. 블룸버그는 서울의 32세 직장인 김지연씨 사례를 소개했다. 김씨는 예전엔 근무 중 몰래 휴대전화로 주식 매매 주문을 넣었지만, 지금은 오전 8시에 시작하는 장전 세션에서 밤새 나온 부정적 보고서에 먼저 대응한다. 이런 투자자들이 늘면서 50분간의 장전 거래대금이 오후 3시40분부터 밤 8시까지 진행되는 시간외 거래대금을 넘어서는 날이 잦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레버리지형 미국 상장지수펀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가상자산까지 마다하지 않는 높은 위험 선호로 알려져 있다.

최근 주간 집계에서 개인은 넥스트레이드 거래대금의 86%를 차지했다. 대체거래시스템은 전통 거래소보다 유연하게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지만 신규 상장 기능은 없다.

외국인 참여도 꾸준히 늘었다. 초기에 0%에 가깝던 비중이 11%까지 올라왔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 대비 20~40% 낮은 거래수수료를 제시하고, 체결가격 선택 옵션도 넓혔다. 투자자가 별도 거래소를 지정하지 않으면, 주문을 접수한 증권사가 두 거래 플랫폼 중 더 유리한 가격을 자동으로 선택해 체결한다.

그러나 국내 법령은 한국거래소의 가격 대표성을 지키기 위해 대체거래시스템의 단일 종목 거래량을 한국거래소의 30%로 제한하고, 전체 거래량도 15%로 묶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500개가 넘는 종목이 개별 한도를 초과하자 단일 종목 한도를 한시적으로 풀었다.

그러나 전체 15% 한도는 유지됐다. 넥스트레이드는 8~9월에만 150개 안팎 종목의 거래를 중단하며 총량 규제를 맞춰야 했다. 이 때문에 거래량 기준 점유율은 거래대금 기준보다 낮다.

블룸버는 한국 금융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미국에선 80개 안팎 대체거래시스템의 합산 점유율이 지난해 거래대금 기준 20% 수준에 그쳤고, 일본의 세 곳은 약 10%로 집계됐다고 전한다.

한국은 2013년 자본시장 선진화의 일환으로 논의가 이어지다 2023년 넥스트레이드가 예비 인가를 받으며 탄력이 붙었다. 넥스트레이드의 김학수 대표는 금융당국 출신이다.

향후 관건은 출범 7개월 차 플랫폼이 기술적 안정성을 입증하고 기관투자가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넥스트레이드 지분은 금융투자협회와 7대 증권사가 각각 6.64%, 나머지 19개 증권사가 각 1.71%를 들고 있는 34개사 공동출자 구조다.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도 참여해 지분이 폭넓게 분산돼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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