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 ‘한식 르네상스’ 온다

2025-10-21 13:00:26 게재

소스·디저트·전통주까지 확장된 K-푸드 … 한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

세계 식탁 위에서 ‘K푸드’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닭볶음면과 떡볶이 비비고만두 김치뿐 아니라 전통주 디저트 베이커리까지 한국 식품 세계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농식품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식품기업들은 한류 콘텐츠와 결합한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한식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K푸드는 이제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와 정체성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대상은 세계적인 식품 박람회인 아누가 2015에 참여했다. 이 박람회 대상 부스를 찾은 외국인들이 김치를 맛보고 있다. 사진 대상 제공

◆K푸드 한중 관계 개선의 신호탄 = 17~19일 중국 베이징 왕징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K푸드 페스타’(K-FOOD FESTA)는 K푸드 열풍 현주소를 보여준 상징적 행사였다. 주중한국대사관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10여개 한국 식품기업과 외식 브랜드가 참여해 김밥 떡 어묵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선보였다.

행사장에는 중국 왕홍(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한 실시간 라이브커머스가 진행돼 약 1200만원 상당 제품이 판매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막걸리 복분자주 청주 등 13종 전통주 시음행사에도 현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진동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중국은 한국 식품 수출 15%를 차지하는 핵심시장으로 이번 행사는 K푸드 품질과 매력을 현지에 각인시킨 계기였다”고 말했다.

◆소스 수출 4억달러 돌파 =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을 주도하는 대표 주자는 단연 ‘소스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한국의 소스 수출액은 3억1503만달러로, 연말에는 4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불닭 불고기 떡볶이 양념 등 양념소스류는 2억달러를 넘어섰고, 고추장 등 전통 장류 역시 1억달러를 돌파했다.

삼양식품은 불닭소스를 앞세워 미국 외식 체인 ‘판다 익스프레스’와 협업해 신메뉴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시카고에서 열린 NRA 박람회에서 고추장 소스를 선보이며 글로벌 B2B 외식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상은 ‘김치 마요’ ‘고추장 케첩’ 등 퓨전 소스를 유럽 시장에 선보이며 제품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서구권 소비자 취향에 맞춰 고추장 점도를 낮추고 향을 부드럽게 조정한 현지형 소스를 개발했다”며 “K소스는 이제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글로벌 미식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 교육 R&D센터 ‘정구관’에서 진행된 ‘교촌1991스쿨’에 참석한 글로벌 고객들이 교촌치킨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 교촌 제공

◆미국·유럽 현지 팬덤 확산=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휴스턴에서 최근 ‘K푸드 페어’를 잇따라 개최하며 현지 유통망 확충에 나섰다.로스앤젤레스 수출상담회에서는 980만달러 규모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휴스턴 K-페스티벌’에선 라면·스낵·전통주 시식행사가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미국 최대 유통사 크로거(Kroger)와 협업으로 K푸드 제품이 2700여개 매장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기찬 aT 수출식품이사는 “K콘텐츠 팬덤이 K-푸드 소비로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시장에서 식문화 한류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ANUGA)에서는 한국이 사상 처음 공식 주빈국으로 선정됐다.

대상그룹은 ‘오푸드'(O’Food)와 '종가' 브랜드를 내세워 30여 개국 바이어와 300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했으며, 유럽 현지에서 생산한 김치와 고추장 소스가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특히 이탈리아 출신 셰프 파브리치오 페라리가 선보인 '김치 차르보나라' '김치 치즈케이크' 등 김치 퓨전 쿠킹쇼는 관람객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김치의 세계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K치킨·K디저트로 확산 = K푸드 열풍은 전통 한식을 넘어 K치킨과 디저트, 베이커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교촌치킨은 '교촌1991스쿨'을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 대상 조리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SPC삼립은 치즈케이크로 미국 코스트코 입점에 성공하며 'K디저트' 시장 문을 열었다. 파리바게뜨는 텍사스에 2억달러 규모 제빵공장을 착공해 북미 1000개 매장 확장을 추진 중이다.

CJ푸드빌 '뚜레쥬르'는 베트남에서 출시한 말차 제품 시리즈가 누적 80만개 이상 판매되며 몽골과 캄보디아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27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도 CJ제일제당이 K푸드 대표주자로 나선다. 비비고 떡볶이 햇반컵반 김스낵 등 2만여개 제품을 각국 정상단 숙소에 제공해 세계 리더들에게 K푸드의 맛을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2011년 '비비고' 브랜드 출시 이후 미국 유럽 베트남 등으로 글로벌 영토를 넓혀왔다. 2018년 6748억원이던 해외 매출은 지난해 5조5814억원으로 8배 이상 성장했으며, 올해는 6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이제 K푸드는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라 한국 감성과 창의성을 담은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임정배 대상 대표는 “K푸드는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한국의 정체성과 문화를 전달하는 상징적인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식품의 가치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은 K-푸드가 향후 한류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음악·드라마·패션에 이어 이제 세계는 한국의 맛과 식문화를 통해 한국을 경험하고 있다”며 “한식 르네상스 그 중심에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K푸드가 있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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