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금리 동결 가능성 높아져
주택가격상승·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 안정 불안 확대
채권 전문가 100명 중 85명 동결 … 8월보다 경계감 ↑
국내 채권 전문가 100명 중 85명이 오는 2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2.5%로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했다. 주택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 안정 불안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발표에도 서울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부동산 관련 경계감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연내 동결가능성도 제기됐다.
◆환율 채권시장 심리 악화 = 21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5년 11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5명이 10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금투협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직전 조사와 유사하게 10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예상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 대비 악화됐다. 다음 달 환율상승에 49명, 환율하락에 3명이 응답하면서 환율 채권시장지표(BMSI)는 54.0(전월 91.0)로 조사됐다.
한미 무역 협상 장기화로 최근 환율이 1430원대로 상승하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11월 환율상승 응답자가 전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환율은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합의 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현금 납부 우려로 인해 꾸준히 상승했다.
여기에 아베노믹스 재현을 추구하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되어 일본의 새로운 총리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원화는 한때 143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등을 거치며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환율은 1420원대의 높은 레벨을 유지하고 있다.
원화가 타국 대비 더 약세를 보인 점도 한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8월 금통위 이후 달러지수는 0.9% 절하된 반면 원화는 엔화 약세 등의 영향에 3.7% 절하됐다.
◆10월 만장일치 동결 전망 = 채권 전문가들은 10월 금통위에서 인하 소수의견 없는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인하 소수의견 1명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과 이로 인해 안심할 수 없는 가계부채 흐름, 변동성이 커진 외환시장 등 금융 안정 상황을 보면 인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SK증권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부동산 가격은 전월 대비 0.58% 상승해 상승폭이 확대되었다. 8월 금통위에서 언급했던 주택가격 전망도 9월 기준 전국 112포인트, 서울 115포인트로 6·27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가장 높았다.
주간으로 보면 더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10월 13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54% 상승했다.
9.7 대책 발표 이후에도 상승 폭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실거래 가격 측면에서 보면 서울과 지방간 가격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과 전망 모두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한은의 부동산에 대한 우려는 8월보다 더 확대됐을 것”이라며 “여기에 지난 15일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점 고려하면, 정책 공조 차원에서도 인하를 단행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내 동결 가능성 커져 = 11월 인하 기대감 축소되며 연내 동결 가능성도 커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연내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추가 인하 시점은 내년 1분기 중으로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수요 억제 정책을 고려할 때 한은이 11월까지 정책 공조 차원에서 동결로 대응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안 연구원은 “11월 금통위 전까지 이번 대책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간인 만큼 11월 인하 기대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던 신성환 위원이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제시하는 위원들 또한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는 차기 인하에 대한 새로운 정보 주지 않고 경기 대응 필요성 있으나, 금융 안정이 우선임을 반복할 것”이라며 “10.15 대책 발표로 인해 11월 인하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연내 동결로 2025년 말 기준금리 2.50%를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황건일 금통위원은 부동산 가격 그 자체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발언했다”며 “8월과 같은 기준이라면 11월 금통위까지 추세적 금융안정을 확인하긴 어렵고,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발표에도 서울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입장에선 경계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1월 인하 기대감 남아있다는 주장도 = 다만 11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여전하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신호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신호와 상관없이 다음 달 회의에서는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11월 인하를 끝으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한동안 2.25%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며, 적어도 2026년까지는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이 연내 인하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성장 부분이다. 그는 “금통위 의사록, 금통위원들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금융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신중한 통화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장의 중론이지만, 어찌되었든 경제는 잠재 수준을 하회하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하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큰 이견이 없다”며 “인하가 필요하지만 일단 금융 상황을 조금 지켜보고 움직이겠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현재 입장”이라고 밝혔다.
연초 대비 대응의 시급성이 조금 약해졌을 뿐, 경제에 있어 한 번 정도의 금리 인하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