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법관 증원·재판소원 사법개혁안’ 국민공감 관건
대법관 14명→26명 … 이 대통령 22명 임명 가능
대법원 선거법 파기환송 후 ‘재판소원제’ 도입 추진
야당 ‘사법 사유화’ 비판 … 공론화 과정 험로 예고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내놓고 이번 정기국회 기간 처리를 추진한다. 법안이 처리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또 법원 재판결과에 대한 헌법소원을 가능하게 하는 ‘재판소원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에 나서기로 했다.(내일신문 10월 20일 1면 보도) 여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을 위한 사법 사유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안 처리를 위한 공론화 과정 등이 순탄하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사개특위는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관 증원을 비롯해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대법관 증원의 경우 법안 공고 1년 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12명을 증원한다. 즉 3년 후부터 대법원은 ‘대법관 26명 체제’로 운영된다. 대법원의 재판부는 6개 소부, 그리고 소부 3개씩을 각각 묶은 제 1·2 연합부로 구성된다. 1·2 연합부는 기존 전원합의체가 2개 생긴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백혜련 민주당 사개특위 위원장은 21일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현재 13명으로 운영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2개로 구성해 상고심 적체와 기존 시스템의 노하우 등을 활용하기 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법관 임명과 관련해 백 위원장은 “대법관 증원이 특정 정권의 사법부 장악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재명정부 이후 다음 대통령 역시 22명을 임명하게 되므로 사법부를 사유화·형해화 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증원에 따른 재판연구관 등의 추가 배치 등의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단계적 증원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대법관 추천위도 현재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린다. 특히 추천위원에서 기존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는 대신 헌법재판소 사무총장을 위원으로 포함한다. 대법관 추천위원장을 대법원장이 결정하게 돼 있었지만, 이를 ‘위원 중 호선’ 방식으로 변경했다. 법관 평가제 관련해선 대한변호사협회의 법관 평가를 반영하기로 했다.
근무 성적 평가와 자질 평정 중 후자에 대한변협이 추천한 각 지방 변호사회의 법관 평가를 포함하도록 했다. 아울러 형사 사건의 하급심인 1·2심 판결문에 대해 열람·복사를 전면 허용하도록 개편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심문 기일을 정해 필요한 사람을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개혁안에 담겼다.
백 위원장은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법관대표자회의에서는 증원 찬성 의견을 냈다”면서 “(사개특위 개혁안에)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에 법사위 논의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내 처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사개특위의 안에 더해 사실상 4심제 도입을 의미하는 재판소원에 대한 당론화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20일 사법개혁안 발표 회견에서 “법원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다 헌법 아래 있는 기관”이라며 “기존 헌법재판소법에서 모든 국민은 위헌소송을 할 수 있는데, 법원의 판결만 예외로 배제하고 있다. 이것을 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 문제는 당 지도부 안으로 법안 발의할 것이며, 당론 추진 절차를 밟아 본회의에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기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경우 헌법소원 제기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법안을 발의하는 김기표 의원은 “재판이 확정된 후 30일 이내 헌법소원을 제기하도록 하고,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의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의원은 “이때 해당 재판은 소급해 확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헌법소원이 인용되면 헌재는 해당 판결을 취소하는 것”이라며 “최종법원은 해당 사건을 다시 심리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재판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선 전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후 재판소원 도입을 추진했다.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심판 청구 대상이 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국민의힘이 ‘재판소원 도입=이재명 사법리스크 해소’라는 공세를 펴는 이유기도 하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안과 별도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하는 것도 이런 시각을 우려한 측면이 크다.
백 위원장은 21일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보다 더 큰 어젠다”라며 “사개특위 논의만으로는 할 수 없고 국민·법조인·시민사회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