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동구 한강, 일상을 잇고 미래를 품다

2025-10-22 13:00:01 게재

한강은 오랜 세월 서울의 삶과 문화를 품어온 공간이다. 강을 따라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기억과 풍경이 깃들어 있다. 강동의 한강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절벽에 올라 낙조를 바라보고, 여름이면 강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한강을 삶의 일부로 누렸다. 특별하지 않아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올림픽대로가 생기고, 상수원보호구역·개발제한구역·생태경관보전지역 등 각종 규제가 쌓이면서 한강은 점차 사람들의 일상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시간 동안 자연은 스스로 회복의 숨을 고르며 다양한 생태계와 식생을 품게 되었다.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온 강동의 한강은 이제 조용히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강동구는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해 지난해 10월부터 ‘한강변 친환경 정비 및 개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했다. 각종 규제 속에서도 실현 가능한 방안을 모색한 결과, 도시와 자연, 사람과 강을 다시 연결하는 회복의 길, ‘강동한강그린웨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마련했다.

이 사업은 암사생태공원에서 가래여울마을까지 이어지는 한강변을 4개 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의 특성과 강점을 살린 수변벨트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동한강그린웨이’ 새로운 비전 마련

서울 암사동 유적과 암사초록길, 암사생태공원을 잇는 구간은 역사와 생태가 공존하는 복합 휴식 공간으로 조성한다.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배우고 머무는 산책로로, 역사와 자연이 만나는 길이 될 것이다.

암사취수장에서 고덕산까지는 사업의 핵심구간으로 한강변을 따라 생태관찰로를 조성하고 고덕산에는 고덕토평대교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와 서울둘레길과 연결한 그린브릿지를 설치해 경관 특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고덕산에서 고덕천까지는 고덕토평대교 하부에 자전거쉼터를 설치하고, 고덕생태공원 진입부를 개선해 생태 연결성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고덕천에서 가래여울마을까지는 자전거 이용객과 방문객이 머물 수 있는 쉼터와 특화된 먹거리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강동구는 한강변 정비와 함께 생활하천을 새로운 수변 명소로 만드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고덕천 하류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고덕천 수변활력거점 조성공사’는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수변 테라스와 낙수폭포, 데크 시설을 갖춘 ‘숲자리’와 ‘풍경자리’는 수변 경관과 문화 기능을 강화해 고덕비즈밸리와 공원, 자전거길을 잇는 생활축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또한 하남시에서 고덕동 고덕천 합류 지점까지 이어지는 ‘망월천 정비사업’이 내년 12월 완료되면, 주민들은 집 가까이에서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수변 공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강동구는 사업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중기·장기의 로드맵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현행 제도 안에서 가능한 사업부터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수원보호구역과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제도 개선을 병행할 계획이다.

사람과 환경 공존의 미래 위한 출발점

‘강동한강그린웨이’는 단순한 친환경 정비사업이 아니다.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 자연을 들이고, 여가와 휴식, 생태교육과 문화체험, 그리고 지역경제의 활력까지 함께 담아내는 강동의 미래 비전이다.

한강은 강동의 과거이자 미래다. 오랫동안 멀리 있던 그 강을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는 일, 그것이 ‘강동한강그린웨이’의 시작이다. 자연과 함께 걷는 도시,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는 미래, 그 여정의 출발점에 강동이 서 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