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경쟁 여파, 메모리 가격 급등
D램 현물가격 작년대비 세배 치솟아 … 삼성·하이닉스 주가 호재로 급등
이 같은 AI 붐의 예상 밖 파급 효과는 첨단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던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들에게 큰 호재가 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DRAM(디램)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중국 CXMT 등 경쟁사의 저가 공세에 맞서 고성능 칩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왔다.
하지만 최근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올해 4000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의 댄 허치슨 부회장은 “너무 많은 돈이 시장에 풀려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AI 붐이 전통 데이터센터와 PC 교체 주기, 예상 밖의 휴대폰 판매 증가와 맞물리면서 범용 메모리 칩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2017~2018년 붐 시기에 구매했던 서버들이 교체 시기를 맞으면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8개월 전만 해도 DDR5 서버 메모리가 넘쳐났지만, 이제 평균 판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는 마이크론, 하이닉스, 삼성에게 희소식”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DRAM 현물 가격은 지난해 9월 기준 전년 대비 거의 세 배 급등했다. DRAM 칩의 평균 재고량은 올해 3분기에 8주분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1년 전 10주, 2023년 초 31주와 대조된다.
로이터는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을 인용하며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경우, 내년에는 범용 메모리 칩이 HBM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본부장 추정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일반 DRAM에서 약 40%, HBM에서 6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마이크론 역시 2026년에 두 분야 모두 견조한 마진을 예상했다.
그러나 칩 가격 급등은 가전 및 서버 제조업체의 마진을 압박하고 있다. 대만 어드밴텍의 밀러 창 사장은 “DRAM 부족이 이렇게 심각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라즈베리 파이 등 일부 기업은 메모리 비용 120% 증가를 이유로 소비자 가격을 올렸다.
일반 범용 칩의 수익성 개선은 올해 메모리 업체의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80% 이상,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주가는 각각 170%, 140% 급등했다.
다만 로이터는 투자자들이 AI 거품의 징후를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치슨 부회장은 ‘슈퍼 사이클’은 과장된 표현이며, 통상 1~2년 지속되는 전형적인 공급 부족 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2027년 칩 산업 침체를 예측했다.
일반 범용 칩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이번 붐의 혜택을 크게 볼 수 있는 유리한 위치다. 하지만 로이터는 투자자들이 삼성전자가 HBM에서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에서 TSMC와의 격차를 얼마나 빨리 좁힐지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페트라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앨버트 용 파트너는 “극도의 비관론이 극도의 낙관론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