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국감’서 질타 당한 통신3사 대표들

2025-10-22 13:00:01 게재

SKT, 손실 과장 비판에 “혼선 죄송”

KT, 대표이사 자진사퇴 가능성 시사

LGU+, 정보침해 KISA 자진신고키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대표들이 21일 국회에 출석해 최근의 해킹사태와 관련해 질타를 받고 사과했다. 올해 4월 첫 해킹 사태로 뭇매를 맞았던 SKT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제대응을 평가받은 반면 신고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정황이 나타난 KT와 LG유플러스는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SKT, 제일 많이 두들겨맞아” =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유영상 SKT 대표에게 “통신 3사가 다 털렸는데 제일 먼저 자진 신고해 제일 많이 두들겨 맞았다. 왜 빨리 신고했느냐”고 물었다. 유 대표는 “법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박 의원은 “SKT가 먼저 신고하는 바람에 불이익은 혼자 다 당하고 마케팅 등에서 엄청나게 당했다”며 “KT에 대해서도 지금 위약금 면제 이야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인데 SKT가 처음에 하다 보니 훨씬 매를 많이 맞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유 대표는 해킹사태 관련 위약금 면제로 인한 손실규모를 과도하게 추산했다는 비판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유 대표는 “지난 청문회 때 SKT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하면 7조원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며 사과를 요구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혼선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이 의원은 SKT가 위약금 면제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수용치 않고 행정소송을 추진중인 데 대해서도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각을 세웠다.

◆KT “위약금 면제고지 등 절차 진행” = 무단 소액결제, 해킹 의혹 등 겹악재를 만난 KT는 김영섭 대표이사가 사태 수습 후 자진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출석한 김 대표는 사퇴 의사를 묻는 여러 의원들의 질의에 “여러가지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불안감을 드려 너무 죄송하다는 말도 모자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고경영자(CEO)는 총체적 경영 책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의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사퇴하겠다는 뜻인지 거듭 확인하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 대표는 이날 소액결제 및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해 “위약금 면제 고지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대량으로 쓰인 것은 인증키 관리 부실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1일 김장겸 의원(국민의힘·비례)에 따르면, KT는 펨토셀이 코어망에 접속할 때 인증에 쓰이는 ‘벤더인증키’를 제품마다 따로 쓰지 않고 하나로 통용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키 하나만 탈취하면 불법 펨토셀도 망에 접속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지적이다.

◆LGU+ “침해사실 확인 후 신고로 이해” = 통신3사 중 가장 나중에 해킹의혹이 불거진 LG유플러스는 사이버 침해사고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자체조사 결과에 매달리지 않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원래 제가 이해했던 바는 침해 사실 확인이 된 이후에 신고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다만 여러 혼란과 오해가 발생하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국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절차에 따라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계정 권한 관리 시스템(APPM) 서버 정보와 4만여개 계정 등이 유출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서버 이미징(복제)을 KISA에 제출하기 전 서버 운영체제를 재설치해 흔적을 지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홍 대표는 서버 이미징 작업 주체가 누구냐는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 비례)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지적을 받았다.

이 의원은 “LG유플러스에서 일부만 떴는지 안 떴는지 어떻게 믿나. 이건 의심 정황이라고 보이며, 일부러 시스템을 재설치한 후 제출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도 한 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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