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2심선 ‘증인 신빙성’ 다툰다

2025-10-22 13:00:02 게재

1심 무죄 “별건 압박, 이준호 진술 허위·모순”

검찰 “압박 판단 납득하기 어려워” 항소 예고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항소심에서는 유죄 입증의 핵심 증거인 증인 진술의 신빙성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김 센터장 등에 대한 무죄 판결에 항소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항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판결문 분량이 있기 때문에 검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의 수사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홍애인 기자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21일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사실상 유일한 핵심 증거인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별건 수사 압박 속 허위 가능성이 높고 일관성이 없다”며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과 배재현 전 투자총괄 대표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가를 설정·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가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은 배경에는 검찰의 ‘별건 압박 수사’가 있었다. 이 전 부분장은 카카오엔터의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등 별건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압수수색과 2차례 구속영장 청구 등 강도 높은 압박을 받았다.

당초 이 전 부문장은 금융감독원과 검찰에서 모두 6차례 조사받으면서 이 사건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별건 수사로 배우자까지 수사에 휘말린 이후 2023년 11월 검찰조사부터 기존 입장을 번복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전 부문장은 이후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를 신청해 이 사건에서는 기소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검찰 수사의) 종국적인 목표지점이 김범수임을 인식하고, 검찰에서 그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하며 자신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거나 기소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준호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준호는 별건에 관한 수사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을 했고, 그것이 이런 결과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을 제외하면 검찰이 제출한 근거나 증거만으로는 김 센터장 등이 시세조종 목적을 위해 공모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주식 주문 양태·시간 간격 등을 종합하면 시세를 인위적으로 고정하려는 목적이 인정되지 않고, 경영권 인수 필요성이 반드시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매수 역시 투자 목적의 독자적 매수로 보아 카카오와의 공모를 부정했다.

재판부는 “고가 매수 주문, 물량 소진 주문 등을 모두 살펴봐도 시세 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 후 언론공지를 통해 “진술 압박 부분 등 1심 판결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판결문을 분석한 뒤 입장이 정리되면 추가 입장 공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2년 8개월의 수사·재판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AI사업 추진 등 정상화 의지를 표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의문를 제기한 가운데 향후 재판에서는 이 전 부문장 진술의 신빙성 평가와 시세조종 목적·공모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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