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전략비축유 확보 나서

2025-10-22 13:00:03 게재

국제유가 하락기에 도입 확대 … 에너지안보 전략 일환

미국이 100만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SPR) 확보에 나서는 등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대규모 원유 도입 계획을 공식화하고, 중국도 꾸준히 비축유 확대를 모색하고 있어 향후 국제 원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수요증가 신호로 작용할 수도 = 미국 에너지부는 21일(현지시간) “향후 1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매입해 전략비축유를 보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에너지부는 12월과 내년 1월 인도분 원유를 우선 확보하며, 이를 위해 원유 매입용도로 배정된 예산 1억7100만달러를 우선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발표는 미국의 전략적 역량을 재건하고 비축유를 완전한 가동 능력으로 회복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현재 SPR은 7억배럴 용량 중 4억배럴 조금 넘는 양만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 급등기에 비축유를 대량 방출했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자산을 책임감 있게 재충전하고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번 조치는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이전 행정부의 값비싸고 무책임한 에너지 정책을 뒤집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번 결정은 단순한 재고 보충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전략의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중동 긴장 고조 △원유 수송로 불안 △러시아의 공급 제한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복된 상황에서 비축유 확보를 통해 잠재적 공급 충격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를 유지하다 최근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이 50달러대로 떨어진 것을 놓치지 않고 저가 매입을 단행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100만배럴은 세계 원유소비 규모에 비하면 작은 양”이라고 전제한 후 “하지만 미국정부가 공개적으로 ‘매입 확대’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점이 시장에는 수요증가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시장에 심리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04~2023년 기간동안 3단계에 걸쳐 전략비축유를 늘려왔으며, 올해 3월에도 석유 등 전략물자를 꾸준히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중국 전략비축유 현황과 정책’ 보고서에서 “중국의 원유소비는 203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원유 비축일수는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에 크게 못 미친다”며 “중국내 원유생산량 감소가 지속되면 해외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은 앞으로도 비축물량 확대를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며 “국제유가 하락기에 원유도입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에너지공급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유가가 낮을 때 사들이는 전략적 비축’ 기조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70달러 아래면 매입, 80달러 넘으면 중단” = 이처럼 미국과 중국, 세계 최대의 두 에너지 소비국이 나란히 비축유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단기적으로 국제유가에는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공급이 일정한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가 안정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우선 세계 경기 둔화와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으로 원유 수요 증가세가 과거보다 둔화되고 있다. 또 미국의 생산능력 확대와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의 점진적 감산 완화도 시장의 공급 여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까지 미국 원유 생산이 하루 1400만배럴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비축유 확대는 수급 균형을 맞추는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비축 확대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보다 변동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유가가 7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두 나라가 매입을 확대하고, 반대로 80달러를 넘으면 매입을 중단하는 완충역할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앞두고 3~7월 사이 미국산 비축유 600만배럴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중동에서 들여오던 원유를 미국산으로 대체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각각 1278억달러, 557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흑자 기조를 축소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됐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