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장중 6.3% 급락…12년 만에 최대 폭

2025-10-22 13:00:01 게재

올해만 60% 급등 … 80% 오른 ‘은’ 가격도 7.4% 폭락

단기 차익실현 욕구 ↑ … 유동성 랠리 약화 신호 경계

가파른 상승 랠리를 지속하던 국제 금값이 장중 6.3% 급락했다. 12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올해 들어 약 60% 가까이 급등한 금값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은과 백금도 동반 급락하며 각각 7.4%, 5% 떨어졌다. 은 가격은 올해 80% 급등했다.

금·은 가격 하락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와 미국 연방정부 폐쇄 장기화, 인도 축제 시작, 엔화 약세에 따른 달러 강세 등이 꼽힌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급등한 자산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음은 유동성 랠리 약화 시그널일 수 있다는 경계감이 제기되고 있다.

◆은·백금 등 귀금속 동반 급락 =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값은 21일 장중 4082.03달러(-6.3%)까지 떨어졌다. 2013년 4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금 선물 가격도 급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4109.1달러로, 전일 대비 5.7% 떨어졌다.

은 현물 가격도 온스당 48.49달러까지 하락해 2021년 2월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백금은 5.9% 하락한 1541.85달러, 팔라듐은 5.3% 떨어진 1417.25달러에 거래됐다.

금과 은 가격 하락 배경으로는 일단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지적되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올해 들어서만 60% 가까이 상승했다. 금값이 단기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 온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3분기 호실적을 이어감에 따라 투자심리가 회복된 게 안전자산 선호 심리 약화로 이어지면서 단기적 차익실현 성격의 매도세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은 가격은 올해 들어 약 80% 급등한 뒤 이번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주간 포지션 보고서가 지연되면서,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포지션을 파악하기 어려워진 점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블룸버그는 “미 연방정부 폐쇄에 따른 통계지표 발표 지연으로 인한 투자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주요 금 매수 주체인 인도가 최대 힌두교 축제 ‘디왈리’를 맞아 휴장한 것도 이날 유동성 부족에 따른 하락 요인을 제공했다.

엔화 약세 폭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 역시 금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 갈등 완화에 대한 낙관론이 커졌고, APEC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만날 것이란 기대가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수요가 약화됐다.

◆거품 끼어있던 금값 조정 … 변동성 확대 = 국제 금·은 가격은 급등 뒤 차익매물을 쏟아내며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 셧다운 종료 가능성과 미·중 무역 합의 발표 기대감이 향후 2~3주간 금값을 조정 국면으로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대부분의 통화권 투자자들에게 금과 은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점도 매도세를 부추겼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예견됐던 조정 국면이 늦게 도래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귀금속 거래업체 MKS 팜프의 애널리스트 니키 실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시장이 다소 거품이 꼈다”며 “금값은 과매수 상태에 있었고 불과 6주 만에 1000달러나 오른 것은 비정상적이고 상승세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랠리 약화 시그널 여부 경계 = 비트코인에 이은 금 가격 조정이 유동성 랠리 약화 시그널일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동안 글로벌 자산가격은 에브리씽 랠리로 표현될 정도로 강력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자산 가격의 동반 랠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 최근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등 대표적인 가상화폐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이후 금 및 은 가격마저도 조정을 받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과 은 가격의 추가 조정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국 지방은행들의 부실 리스크로 신용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유동성 경색 시그널로 해석될 여지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일부 자산 가격의 고평가 부담 속에 자동차 대출 및 사모대출 부실 리스크가 예상과 달리 증폭될 경우에는 유동성 랠리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부실 대출을 바퀴벌레에 비교하며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데 이어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낮은 규제 수준으로 인해 투명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고수익을 기대한 투자자금이 사모대출을 통해 저신용 기업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모대출이 향후 신용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아직 유동성 랠리 위축을 심각하게 고민할 단계는 아니고 유동성 흐름은 견조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일부 급등한 자산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음은 일단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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