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중국이 주도하고 미국·유럽은 주춤
중국이 세계시장 46%
미국 트럼프 후 위축
유럽 입지확보 등 과제
한국 51개국 중 35위
세계 풍력발전시장이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시장이 성장을 주도하고, 미국과 유럽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23일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가 펴낸 ‘2025 세계 에너지 통계 검토’에 따르면 2024년말 기준 세계 풍력발전 누적 설비는 약 113만4758 메가와트(MW)에 달했다. 전년 101만9743MW보다 11.3%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중국이 약 52만1746MW를 보유해 전 세계시장의 46.0%를 점유하며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미국은 15만3152MW로 2위(점유율 13.5%), 독일은 7만2823MW(6.4%)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1위와 2~3위 국가의 차이는 성장률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중국은 전년 44만1895MW보다 18.1%의 설비 증가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풍력시장을 주도했다. 반면 미국과 독일은 각각 3.5%, 4.8% 증가에 그쳤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보급확대 정책과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풍력산업의 부품·제조·설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이미 풍력설비가 일정수준 이상 누적 설치된 상태인데다 신규 입지 확보 및 인허가 절치 지연, 공급망 제약 등으로 성장속도가 둔화됐다.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기록한 국가는 중국 외에도 대만(45.3%) 핀란드(20.4%) 뉴질랜드(19.3%) 호주(18.4%) 아르헨티나 16.6%) 이집트(16.3%) 모로코(14.5%) 브라질(13.2%) 등이다. 멕시코 우루과이 불가리아 요르단 남아공 튀니지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은 1MW로 늘리지 못해 성장률 0%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도 보면 아시아에 설치된 풍력설비는 61만570MW로 세계 전체 설비의 53.8%를 차지했다. 전년대비 증가율도 16.8%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북미지역은 17만8846MW로 점유율 15.8%, 증가율 3.8%에 머물렀다. 유럽은 26만9085MW로 점유율 25.0%, 증가율 5.4%로 조사됐다.
중남미와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의 증가율은 각각 11.4%, 19.5%였으며, 아프리카와 중동은 각각 6.7%, 0.6%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5832MW로 9.2%, 대만이 3890MW로 45.3% 각각 증가하며 아시아 풍력시장의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2301MW로 전년보다 4.4% 증가에 그쳤다. 한국의 세계 풍력시장 점유율은 0.2% 수준이다. 조사대상 51개 지역(각 대륙별 주요국 외 국가는 기타국으로 분류) 중 35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글로벌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앞으로도 세계 풍력시장의 중심이 아시아, 특히 중국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내수뿐 아니라 해외 프로젝트·터빈 수출에서도 압도적 존재감을 보이며 ‘재생에너지 제조 허브’로서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이에 비해 북미·유럽은 정책 보조금 의존도가 크고, 인허가 기간이 평균 5~7년 이상으로 길어 단기간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기간동안 재생에너지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풍력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주민수용성에서 비롯된 입지규제와 송전 인프라 부족으로 대형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의 인허가 제도 개선과 해상풍력단지 조성 속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