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인데 시총 200억달러인 기업

2025-10-23 13:00:04 게재

미 원자력 스타트업 오클로 AI 전력수요·친원전에 급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원자력 스타트업인 오클로(Oklo)는 매출이 전무한 상태지만 주가가 급등하며 기업가치가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회사는 액체 나트륨 냉각의 소형모듈원전(SMR)을 앞세워 2027년 상업 전력 공급을 목표로 하고, 데이터센터 등 AI 전력 수요를 핵심 고객군으로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로 운영 허가와 전력판매계약(PPA) 같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은 아직 없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22년에 오클로의 신청을 반려한 전력이 있어, 규제 심사의 재개와 보완 요구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오클로의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양분된다. 브레이크스루연구소의 원자력전문가 애덤 스타인은 오클로와 차세대 원전 열풍을 “상당히 전형적인 기술 투자 과열”이라며 “대부분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기술적 리스크도 논쟁 거리다. 액체 나트륨은 고온 운전과 효율을 약속하지만, “액체 나트륨은 부식성이 매우 강하고 가연성이며, 공기와 물에 닿으면 폭발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과거 고속로에서 불거진 누출·화재 관리 이슈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클로의 사업성 역시 ‘기대와 의문’이 교차한다. 회사는 빅테크 등과 양해각서(MOU)를 다수 체결했지만 장기 PPA는 부재하다. 첫 실증 설비의 공사비·기간·연료 조달과 금융 구조가 동시에 맞물려야 하는 만큼, 어느 한 축에서라도 지연이 생기면 전체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

경영진의 지분 매각도 논란을 키웠다. 최근 6개월 동안 320만주가 팔려 약 2억5000만달러가 현금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 대중교육 사이트 ‘What is Nuclear(원자력이 무엇인가)’를 운영하는 닉 투란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현재의 주주 구성에 대해, 상황이 나빠지면 이탈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지금이 맞는 시기’라는 반론은 뚜렷하다.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과 탄소 저감 목표가 동시에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원전이 안정적 기저 전력으로 재부상하고 있어서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오클로 이사 마이클 톰슨은 “규제 환경이 이런 것을 실현하기에 더 우호적”이라며 “자본도 이 기술 투자에 자신감이 높다”고 말했다. 제이컵 더위트 최고경영자(CEO)도 전력판매 계약을 둘러싼 조급함을 경계하며, 성급히 서명하기보다 적합한 파트너·조건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급변하는 AI 생태계에서 불리한 조항을 안는 계약은 장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규제 통과다. NRC가 재심사에 착수하더라도 추가 자료와 안전 설계의 보완이 요구될 수 있다.

둘째, 기술 검증이다. 나트륨 냉각로의 안전·운영 리스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 실증으로 입증해야 한다.

셋째, 사업 구조다. 장기 PPA 체결, 자금 조달, 공정 관리가 빈틈없이 맞물릴 때만 단가 경쟁력이 드러난다.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거품’ 논쟁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규제·기술·계약의 세 축을 차례로 통과한다면, 200억달러라는 숫자는 과열이 아니라 AI 전력수요와 친원전 정책 흐름을 선제 반영한 평가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FT는 오클로의 몸값을 둘러싼 논쟁이 기대와 검증 사이의 미세한 균형 위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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