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외국인 유학생 27만명, 자찬만 할 일인가
대학은 용광로다. 젊은이들은 뜨겁다. 대학처럼 20대 청춘을 모아 놓은 집단은 군대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대학은 그래서 싱그럽고 가슴 설레는 곳이다. 캠퍼스 곳곳에 외국인 유학생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강의 시간에 만나는 외국인 학생들은 정겹다. 수줍은 표정으로 선뜻 대화에 끼기를 힘들어한다. 한국어는 어눌하고 표현은 서툴다. 일부 학생은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쓴다. 한글체가 대체로 예쁘다. 정작 상당수 우리 학생은 난필이다. 수기(手記) 답안지를 채점할 때는 진땀을 흘린다.
수업 시간에 외국인 학생의 손 글씨를 우리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일종의 경각심 또는 자각의 계기로 삼자는 의미에서였다. 우리 학생들은 놀란다. 인정하는 거다. 외국인 학생은 “한국에 오기 전에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말은 서툴러도 글씨를 잘 써 공부를 따라가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노력과 정성이 돋보인다.
교육부가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건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 영향으로 외국 학생이 많아졌다. 정책은 순항하는 걸까.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9월 1일 발표한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은 27만2573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3만231명)보다 17.5% 증가했다. 외국인 학생이 8000명을 넘어선 4년제 대학도, 5000명을 넘어선 전문대도 있다.
성실한 학생 vs 학습 안 되는 학생
겉은 화려하다. 강의실에서 경험한 것처럼 성실한 학생도 있다. 그럼에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현장에서는 질적 관리가 고충이다. 교수들은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와 학업능력, 문화 부적응 등을 애로점으로 뽑는다. 한국어도 영어도 안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토픽(TOPIK, 한국어 능력시험) 성적이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도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다고 한국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한 대학에 외국인 학생이 수천 명 다니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화하자 외국인 학생을 재정 벌충용으로 활용하는 속내가 있다. 교육부와 유일하게 장단이 맞는 분야다. 글로벌화가 진전되는 것인지, 교육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반면, 국내 대학생의 외국행은 어떤가. 매년 3만명 정도의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외국으로 떠난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충만하다. 언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토플 성적이 좋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외국으로 많이 유학 가면 그만큼 외화가 유출된다. 단순 수치로 보면 3만명 대 27만명, 남는 장사다. 하지만 질적으로 보면 적자다.
과학 분야만 보자. 한국을 떠나는 과학 인재의 과학저널 기여도는 2022년 기준 1.69다. 반면 한국으로 온 과학 인재의 기여도는 1.41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1개 국가를 대상으로 유출 대 유입 인재의 글로벌 과학저널 기여도를 수치화해 2024년 8월 발표한 수치다. 기여도는 주요 저널의 영향력 지표인 ‘스키마고 저널 랭크(SJR)’의 점수를 활용했다. 질적 수준이 높은 저널에 많은 논문을 실으면 점수가 높아진다.
미국은 인재 유출(1.69)보다 유입(2.16) 기여도가 가장 높은 인재 흑자국가다. 주목할 점은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의 기여도는 1.41로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점이다. 좋은 인재는 내보내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재만 받는다는 얘기다. 2023년 기준 2만9337명의 한국 대학생이 유학길에 올랐다(교육부 자료). 학부생 2만68명, 대학원생 9269명이다. 2019년의 3만5274명보다는 줄었지만 5년간 연평균 3만명 선이다.
외국 학생 유입, 학문 기여도는 최하위권
물론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질을 과학 분야로 평가하는 건 무리다. 참고로 하자는 얘기다. 특히 박사후과정(포닥)은 눈여겨봐야 한다. 4대 과학기술원(KAIST·GIST·DGIST·UNIST) 포닥의 1/4을 동남아 국가 출신이 메운다. 주로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출신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분야 포닥은 1년 차 2300명, 2년 차 1600명, 3년 차 1100여 명 규모다. 그나마 정부 통계가 없어 단순 추정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외국인 유학생 27만명을 유치했다고 자찬할 일인지 곱씹어봐야 한다. 외국인 학생의 과도한 유입으로 학문 생태계가 뒤틀리고, 연구 생태계가 척박해지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스터디 코리아 300K’를 엄정한 평가대에 올라야 한다. 뽐낼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