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력 굴기로 미국 앞지른다

2025-10-24 13:00:01 게재

비용은 절반·속도는 2배

세계 에너지 주도권 노려

지난 2013년 미국은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서 신규 원자로 두 기의 건설을 시작하며 ‘원자력 부활’을 선언했다. 하지만 보글(Vogtle) 원전은 11년의 공사 끝에 350억달러를 들여 완공되며 오히려 미국 원자력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같은 시기 중국은 유사한 설계의 원자로를 13기 완공했고 33기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뉴욕타임스(NYT)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원자로 건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 이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원자로는 미국과 프랑스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반복 가능한 구조와 빠른 시공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평균 건설 기간은 5~6년으로 서방보다 절반 이상 빠르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상웨이 류 연구원이 발표한 네이처(Nature)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원자로 단가는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해 왔지만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절반 수준으로 줄이며 안정적 비용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국가 주도의 전략 덕분이다. 세 곳의 국영 원자력 기업이 핵심 역할을 맡고, 정부는 낮은 금리의 대출과 전력망에 대한 가격 보장을 제공한다. 설계의 단순화도 강점이다. 중국은 소수의 모델을 반복적으로 건설해 기술력을 축적하고 승인 절차는 몇 주 만에 끝난다.

반면 미국은 각 주마다 추가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해 수년이 소요된다. 브레이크스루 연구소의 조이 지앙은 “표준화된 반복이 중국의 확장 전략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원자로 건설 이미지. 사진의 위 2곳이 미국이고 나머지 아래는 모두 중국의 원자로 건설 사진이다. 사진출처 NYT 웹사이트 갈무리
기술 측면에서도 중국이 앞서 나가고 있다. 4세대 고온가스냉각 원자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우라늄 대체 연료인 토륨 원자로, 폐연료 재처리, 핵융합 발전 기술에까지 투자 중이다. 이는 중국이 국내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다. 이미 파키스탄에는 6기의 원자로를 수출했고, 향후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는다. 중국은 원자력을 24시간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며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다. 동시에 에너지를 지정학적 영향력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NYT는 이를 “에너지의 무기화”로 표현하며 중국의 야심을 국제적인 패권 경쟁으로 해석했다.

물론 미국도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소형 원자로(SMR) 개발을 민간 주도로 추진 중이다. 구글, 아마존,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관련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30년대 이전 상용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문제는 산업 기반이다. 미국은 원자로 부품 생산에 필요한 중장비 단조 설비를 대부분 상실했고, 민간 중심의 분산된 구조로 인해 기술 개발과 생산 속도 모두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의 필립 앤드루스-스피드는 “미국은 다양한 설계를 동시에 추진하며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리스크에서 자유롭진 않다. 2021년에는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있었고 핵폐기물 저장 문제나 수자원 부족으로 일부 내륙 지역의 신규 건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수백 기의 원자로를 21세기 중반까지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민간의 창의성과 자본이 미국의 무기”라며 규제 완화와 연료 공급망 확충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스티븐 이젤은 “소형 원자로 몇 기로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원자력을 외교·산업·기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실전에 나섰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방향을 고민 중이다. 과거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처럼 또 한번 미국이 개발한 기술을 중국이 확장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흐름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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