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양자컴퓨팅 기업 ‘지분 투자’ 추진

2025-10-24 13:00:02 게재

정부 자금과 맞바꿔 직접 주주로 참여

인텔·희토류·리튬 둥 선례 모델을 확장

트럼프 행정부가 양자컴퓨팅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과 맞바꾸어 정부가 직접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략 산업의 상향 이익을 국가가 공유한다는 원칙을 반도체 이후 양자 분야로 넓히는 구상이다.

이번 지분 투자 협의에는 아이온큐(IonQ), 리게티컴퓨팅(Rigetti Computing), 디웨이브퀀텀(D-Wave Quantum)이 포함되며, 퀀텀컴퓨팅(Quantum Computing Inc.)과 아톰컴퓨팅(Atom Computing)도 유사한 구조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은 최소 1000만달러 수준의 연방 자금 지원을 전제로 정부의 주주 참여를 논의 중이다.

협상을 총괄하는 인사는 폴 대버 상무부 부장관이다. 에너지부 출신으로 양자 업계 경력이 있고, 러트닉 상무장관 체제에서 재편된 칩스법 연구개발 조직을 기반으로 심사·집행 권한을 조정하고 있다.

상무부는 공모 문서에서 ‘지분’ 외에도 보증권(워런트), 지식재산권 사용 허가, 로열티·매출 공유 등 다양한 수익 배분 방식을 병행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거래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조건은 변동될 수 있다.

이번 구상은 최근의 선례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인텔에 대한 기존 보조금 약 90억달러를 지분 성격으로 전환해 ‘거의 10%’에 해당하는 이해관계를 확보하는 안을 협의했다.

미국 내 희토류 생산 역량 확충 과정에서도 ‘정부 주주’ 모델을 적용했고, 에너지부는 리튬 관련 스타트업 금융 지원 대가로 향후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워런트를 받은 바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세금으로 이뤄진 지원인만큼 국가는 기업의 상승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디웨이브 측은 정부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납품을 확대하며 투자수익을 추구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리게티는 정부와의 자금 기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고, 퀀텀컴퓨팅의 위핑 황 최고경영자는 정부의 잠재적 지분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아톰컴퓨팅과 아이온큐는 논평을 삼갔다. 한편 대버 부장관이 과거 공동 창업했던 보어퀀텀테크놀로지는 이번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상무부가 확인했다.

주가는 정책 기대를 반영했다. 23일 장 종료 기준으로 아이온큐는 59.37달러로 마감해 전일 대비 3.92달러(7.07%) 올랐고, 리게티컴퓨팅은 39.60달러로 3.53달러(9.80%) 상승했다. 디웨이브퀀텀은 31.06달러로 3.77달러(13.81%) 뛰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행보에는 정책적 효과와 위험이 공존한다. 정부가 직접 주주로 들어오면 재원과 ‘인증 효과’가 민간 자금 유입에 신용증표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공적 이해가 경영 의사결정에 개입하면서 지배구조와 정보공개 요구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기술 성숙도·납품 실적·현금흐름이 확실히 개선되지 않으면 수익 회수의 명분이 약해질 수 있어, 상무부가 제시한 지분·워런트·로열티의 복합 구조가 개별 기업의 재무·기술 여건에 맞게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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