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부산항 개항 150주년, 새로운 대한민국 성장전략 발표해야”

2025-10-24 13:00:02 게재

내년 해수부 개청 30주년, 해수부 부산시대 원년 의미도 담아

3~4년 안에 북극항로·해양수도권건설 관련 법·인프라 마무리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부산지역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6월 열린 대통령선거에서 해수부 부산이전 등 북극항로 준비와 연관된 이재명 대통령 공약을 기획했고, 이재명정부 초대 해수부 장관으로 공약이행을 책임지고 있다. 내년 부산시장 출마에 대한 질문도 꼬리를 물고 있지만 그는 “현재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다”며 출마 관련 질문엔 손사래를 친다. 전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국정과제에 대한 관행적이고 관념적인 접근보다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일의 성과를 강조했다.

●가장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은

해수부 부산이전 관련 일들이다. 해수부를 연말까지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당연하고, 산하 공공기관 이전이나 HMM과 몇몇 해운 대기업 본사의 부산이전에 대한 구체적 일정들을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남권투자공사와 해사전문법원 관련 법안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중점법안으로 올라가 있다. 이런 일들을 해놓으면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권 건설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부여되고 돌이킬 수 없는 수순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해수부가 부산에 이전하는 12월 전후로 관련 뉴스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북극항로 준비 관련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 않나.

연중항해 가능할 정도로 북극해 얼음이 언제 녹나,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 정도의 상업운항이 가능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도 계속되고 있는데 러시아 연안을 항해하는 게 가능하냐 등의 우려가 있다.

모두 현재 시점에서 맞는 이야기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2030년 이후엔 1년 중 절반 이상 운항할 수 있을 정도로 얼음이 녹을 것으로 예측한다. 러-우 전쟁은 끝을 향해 가고 있고 제재도 유한하다. 지금은 중간 기항지가 없어서 컨테이너선이 아닌 벌크선 중심으로 화물을 운송하지만 갈수록 화물종류도 다양해지고 북극항로의 경제적 가치도 커질 것이다.

북극항로의 가치는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가 치열하게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서도 증명된다. 최근 중국은 하이제(씨레전드) 해운이 북극항로를 통해 중국에서 영국까지 20일만에 운항했다. 수에즈운하를 통해서 가면 40일 걸린다. 중국은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 정기노선을 개설하며 상업운항을 시작했다.

●무엇이 기회인가.

수에즈운하 개통으로 남방항로가 150년간 물류패권을 누렸는데 앞으로 열리는 북극항로도 그럴 것이다. 아시아에서 유럽가는 유럽항로, 미국가는 미주항로, 그리고 북극항로까지 글로벌 3대 항로가 모두 교차하는 지점이 부산항이다. 거대한 세계 물류의 교차점이 된다.

그동안 해운, 항만, 항만 배후의 수출용 산업단지가 따로 각개약진해서 부산 울산 경남의 관련 산업 인프라가 시너지효과를 못내고 전반적인 제조업 침체, 지방소멸과 맞물려 하방곡선을 그렸다. 여기서 다시 올라가려면 강력한 정부의 의지, 북극항로에 대한 준비가 중요하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능력을 가졌지만 취급하는 선용품 가짓수는 2000여종에 불과하고 영세하다. 반면, 싱가포르항은 2만개를 취급한다. 이런 시장도 동남권투자공사가 적극 발굴해서 키우면 지금보다 10배 100배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다.

부·울·경에 국가산단은 4개지만 대한민국 전체 국가산단 수출의 70%를 차지한다. 조선 기계 방산 자동차 등 대한민국 최고의 제조업 벨트다. 석유화학도 발달했다. 여기에 북극항로가 시너지를 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지역총생산(GRDP) 2500조원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1300조원 비중이다. 부울경을 합쳐서 15%, 400조원 규모다.

해수부 이전 등을 통해 관련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시너지효과를 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진흥·육성하는 과정을 통해 한반도 남단에 서울수도권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해양수도권을 만들 것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우리가 갖고 있다.

사진 이의종

●북극항로 준비를 추진하는 정부에서 한국해양대와 부경대가 글로컬30에 탈락했다. 해수부가 해양관련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어떤가.

‘글로컬30’ 탈락은 아쉽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다양한 인재들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보다 시장이 앞서가듯 올해 수시모집에서 해양대와 부경대 경쟁률이 대폭 올랐다. 해수부가 부산에 온다는 의미를 아는 것이다. 인력공급시장이나 고등교육기관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 많다. 해수부는 콘트롤타워로서 적절한 국면마다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유인책이라든지 정책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정감사 전 부산에 있는 경남공고 교장선생님이 해수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싶다며 찾아왔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육성하는 교육부 프로그램이 있어 공모하는데 협약을 맺으면 채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해수부와 해운대기업이 부산에 오면 조선 등 전·후방 산업에 영향을 미칠텐데 그에 특화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각급 교육기관에서 북극항로 시대에 대응해 맞춤형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일어나고 있다. 우수인재가 서울수도권으로 떠나지않게 하고, 타지역 우수인재가 해양수도권으로 오게 해야 한다. 기업이 부산에 오고 공공기관이 집적화돼 시너지효과를 내고 산업이 고도화되면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장관도, 대통령도 바뀐다. 정부 의지 지속될 수 있나.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 잘 보장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북극항로가 열리는 이상 부산을 해양수도로, 부울경을 해양수도권으로, 여수 광양 거제 부산 울산 포항까지 남부권을 북극항로 경제권으로 묶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북극항로 선점경쟁이 우리 앞바다에서 펼쳐지는데 보고만 있을 정권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발전전략에서 보면 여·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이 다 동의한다.

이재명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돌이킬 수없는 인프라를 탄탄하게 깔고 법제화해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탄력을 받아서 갈 수 밖에 없도록 쐐기를 박겠다. 해수부, 공공기관, 해사법원, 투자공사, 해운대기업 등의 이전·설립이 모두 끝나서 완비되는 시점이 3~4년 걸린다. 해사법원이 가장 늦을텐데 청사짓고 재판하는 게 3~4년 뒤일 것이다. 모든 인프라가 갖춰지는 시점은 북극항로가 열리는 시점과 맞을 것이다.

●시범운항은 언제, 어떻게 하나.

내년 하반기에는 시범운항을 시작할 것이다. 중국은 정기항로를 열고 상업운항을 시작 했는데, 우리가 늦다. 해운대기업은 서울에 다 있고 해수부만 이전하는 식으로 하면 선점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더 신속하게 압축적으로 모든 것을 집적화해서 시너지효과를 내야 그동안 준비가 늦은 것을 따라갈 수 있다. 시범운항은 정부가 배를 직접 용선해서 보낼 수도 있고, 민간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상업운항을 하고 정부가 적자를 보전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국적선사들 의견 들어서 바로 진행할 것이다.

●러시아 연안으로 바로 가는 것은 국제사회 제재로 어렵지 않을까.

변수가 좀 있다. 조만간 해수부에 북극항로추진본부가 조직된다. 외교부를 포함 산업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금융위 국토교통부 등 북극항로와 연관된 정부 부처들이 다 참여하는 범부처 조직인데,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다. 준비과정에서 해수부 기능과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동남권투자공사를 두고 은행이냐 공사냐 방향을 잡은 것도 해수부였다. 추진본부는 명확한 과제를 집행하는 핵심조직이다.

●해수부 부산이전 후 국무회의가 부산에서 열릴 수도 있을까.

내년은 1876년 2월 개항한 부산항 개항 150주년이고 해수부 개청 30주년, 해수부 부산시대 원년이다. 어떤 형식이든 이를 포괄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항 개항으로 대한민국이 수출로 먹고 사는 운명을 개척해 왔다. 이제 1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대한민국 성장전략을 발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제안을 할 예정이다.

●경주 에이펙(APEC) 회의에 운영할 선상호텔은 무엇인가.

APEC정상회의 기간에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써밋 참석자들을 위해 크루즈선 2척을 활용해 선상호텔을 운영할 계획이다. APEC 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음달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도 한 곳을 더 추가 선정한다.

정연근·범현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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