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으로 인플레 우려 재점화…환율 불확실성 고조
마무리 못 한 한미 관세 협상 … 엔화 약세
미 CPI 발표 경계감 속에 달러 방향성 제한
미국의 러시아 원유제재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됐다. 이에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이 나타나면서 원달러환율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 되지 못 한 가운데 일본 신임 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약세가 쉽게 진정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경계감 속에 달러 방향성도 불투명하다.
◆트럼프, 정상회담 일정 확정으로 환율 소폭 하락 =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20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3.0원 내린 1436.6원에서 거래 중이다.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내린 1436.7원에 개장한 직후 1434.5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440원대를 향해 상승하는 분위기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 확정 등의 영향으로 소폭 하락한 채 출발했다. 미국 백악관은 다음 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잇따라 만난다고 밝혔다. 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하는 일정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불확실성을 덜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 구성을 둘러싼 관세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점은 계속되는 불안 요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에는 전통적으로 환율을 결정하던 금리 차 흐름이나 우리 경제 펀더멘탈 추이보다는 매우 유동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요인들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7월 초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호관세 25%를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다시 관세 압박을 본격화한 후 원화는 약세 흐름으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매듭짓지 못한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계속해서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보면 설익은 기대보다는 이 불확실성을 견디며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 원화 약세에 압력 = 한편 전일 원달러환율은 장중 1440원을 넘어서면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4일 새벽 2시 야간 거래에서는 1437.40원에 거래를 마치며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질질 끌고 있는 한미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에 더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엔화 약세로 인한 달러 강세 영향이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 취임에서 시작된 엔화 약세는 달러 강세와 연동돼 원화 약세 압력을 가하는 모양새다.
다카이치 내각의 출범이 가파른 엔화 약세로 연결되는 것은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정책을 의미하는 ‘사나에노믹스’가 인위적인 엔저를 유도하며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폈던 ‘아베노믹스’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전일보다 0.1% 오른 152.580엔을 나타냈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1.67원을 나타냈다.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2.7원 내렸다.
◆달러 약세 전환 가능할까? = 시장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저녁 발표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화는 미국 기존주택판매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가운데, CPI 발표를 앞둔 경계심이 이어지며 뚜렷한 방향성이 없이 강보합권에서 등락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1% 내린 98.912였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국제유가 급등하며 강달러가 자극된 상태에서 CPI 경계에 달러 약세 전환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당국 미세조정과 시장 경계에 상방 역시 제한적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환율 변동성은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도 환율 수준에 대한 눈높이는 여전히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미국과의 관세와 관련한 큰 고비를 올해 넘을 가능성은 높지만 거칠고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내년에 얌전해진다고 예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지속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는 내년에도 여전히 분절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