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에 처음으로 주민등록증 받았다

2025-10-27 13:05:01 게재

영등포구 행려환자 지원

통장 개설이나 병원 진료, 투표와 취업 등 기본적인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지내던 65세 주민이 드디어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었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2020년 거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응급치료를 받은 행려환자 ㄱ(65)씨가 처음 주민등록을 마쳤다고 27일 밝혔다.

행려환자는 거소가 일정하지 않고 보호자나 가족이 없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응급환자를 말한다. 경찰 소방 등 행정기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다.

영등포구
영등포구가 거리에서 쓰러져 발견된 행려환자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65세 나이에 생애 첫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ㄱ씨가 주민등록을 하기까지 영등포구 생활보장과가 세심하게 지원을 했다. 응급치료 이후 인천 남동구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이송된 상태에서 수차례 방문해 지문 채취 등 사실조사와 신원조회를 실시하며 상담을 이어갔다. 이후 인천 남동구의 한 주민센터와 긴밀히 협력해 주민등록 절차를 추진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 실질적인 복지 지원을 함께 진행했다.

ㄱ씨는 지난 8월 동주민센터를 직접 찾아가 주민등록을 마쳤다. 65년만에 생애 첫 주민등록증을 손에 쥔 그는 “건강이 회복되면 사회에 나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며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을 갖게 될 줄 몰랐는데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등포구는 올해 ㄱ씨를 포함해 행려환자 4명을 대상으로 사실조사 등을 실시했다. 주민등록 재등록과 기초생활수급 의료급여 신청 등 맞춤형 지원도 연계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주민등록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 권리를 보장받는 첫걸음”이라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세심히 살피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복지행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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