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지방선거 앞두고 ‘폐현수막 대책’ 부심
정부·지자체 ‘재활용 확대 방안’에 집중
“재활용→제작축소로 정책 전환” 주장도
전국 곳곳에서 정당 현수막이 난립해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폐현수막 재활용 확대 중심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처리할 민간업체의 부족 등으로 한계에 봉착, 현수막 제작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7일 정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수막 제작은 환경오염, 지자체의 행정력 소모, 정당의 비용 부담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지자체와 지방의회들은 현수막의 친환경 소재 사용과 폐현수막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5곳이던 관련조례 제정 지자체는 올해 상반기 75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들이 처리비용 부담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전남 담양군은 폐현수막으로 공유 우산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는데 방염처리 특수코팅 등에 소요되는 제작단가가 일반 우산보다 2배가량 비싸 사업을 중단했다. 인천시도 폐현수막 2550장(1.53톤)으로 조형물 등을 제작·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수지타산 문제로 참여업체가 없어 사업을 포기했다.
그나마 공공기관 현수막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불법 현수막의 경우 소유권과 철거 절차가 불분명해 재활용이 어려워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지영 경기 안양시의원은 지난 21일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안양시가 이미 관련 조례를 제정했음에도 현실에선 여전히 대량의 폐현수막이 소각·매립 처리되고 있다”며 “행정과 법률의 해석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불법 현수막은 소각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불법 현수막의 재활용을 제도화하기 위한 법률 검토 및 행정 절차 정비로 소유권·철거 주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서울시처럼 전용 집하장 설치와 발생·처리량 통계정비 등 재활용 종합체계 구축, 사회적기업·대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통한 제품화 모델 개발 등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지역 곳곳에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도 문제다. 정당 현수막은 잉크 이염 등의 문제로 재활용이 부적합해 대부분 소각처리된다. 그러나 정당들은 정치구호와 정책홍보 등을 위해 지역구마다 한달에 40~50개 내외의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 현수막에 대한 허가·신고와 금지·제한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수량이 늘고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6415건이던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법 개정 이후 1만419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관련 강동오 서울 마포구의원은 지난 21일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현수막 난립은 도시미관 저해와 안전문제까지 야기한다”면서 “현행법상 정당 현수막이 난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를 처벌할 규정도 사실상 미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남도는 정당과의 협약을 통해 공동책임 체계를 마련했고 서울 강남구는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현수막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면서 경남과 서울 강남구의 사례에 더해 디지털 정책 홍보 활성화 및 대면 소통 기회 확대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실제 환경단체들은 국회 앞 등에 디지털 게시판 확대와 전력 소모 및 유지 비용이 낮은 e잉크(전자종이)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폐현수막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강화와 ‘재활용 위주에서 현수막 제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대선에서는 약 1110톤, 같은해 지방선거에선 1557톤의 현수막 폐기물이 발생했다. 선거 때마다 최소 1000톤이 넘는 현수막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펴낸 정책보고서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사회적 공익증진 차원에서 현수막 제작 감축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승우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자체는 현수막 및 폐현수막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처리 과정과 방식을 개선하고 정당·공공기관은 현수막 제작단계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폐현수막의 물리적 재활용에서 벗어나 산업원료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