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대상 ‘무이자 대출’ 14년간 연체율 10%에 그쳐
‘더불어사는사람들’ 원금균등상환으로 연체율 관리
정책금융 '불법사금융예방대출' 35% 보다 크게 낮아
“금리 4% 이내로 낮추고, 원리금균등상환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정책서민금융상품 금리가 너무 높다고 지적한 가운데 사단법인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4년간 무이자 대출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27일 더불어사는사람들에 따르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이자·무담보·무보증으로 진행하는 무이자 착한대출은 2012년부터 2025년 9월말까지 누적 대출건수는 9567건, 누적 대출금은 42억4200만원이다. 첫 대출은 30만원에서 시작하고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1인당 평균 대출금은 약 44만원으로 매월 원금균등상환 방식이다.
대출을 시작한 2012년 한해 이용자는 3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379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말 현재 1331명이다. 2016년 처음으로 연간 대출금액이 1억원을 넘었고 이후 급격히 이용자가 늘어 지난해 7억88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9월말 기준 6억7300만원이다.
연체율은 약 10% 정도다. 이용자 대부분이 생계비가 필요한 최저 수준의 저소득·저신용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체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 대통령이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이라고 언급하면서 고금리를 지적한 정책서민금융상품은 불법사금융예방대출로 금리가 15.9%다. 연체자와 무소득자까지 대상에 포함시킨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소액생계비대출’에서 출발한 상품이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들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불법사금융예방대출’로 이름을 바꿨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은 올해 8월말 기준 35.7%로 2023년말 11.7% 대비 24%p 급등했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체가 있거나 소득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도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상환 방식은 1년 후 일시상환이다.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는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서민들에게 ‘정책금융’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부담스러운 금리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은 수익보다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부실로 신용위기에 빠질 경우 정부는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해 3% 미만의 자금을 공급해 기업 회생을 지원하는데 ‘사람을 살리는 금융’, 즉 서민금융진흥원의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역시 이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4% 이내로 인하하고, 상환방식을 1년 후 일시상환에서 12~24개월 원리금균등상환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초생활보호대상자, 한부모, 차상위대상자는 신용점수를 예외로 하고 대출자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해 최대 300만원까지 연 1% 금리의 극저신용대출을 도입했다. 2020년부터 22년까지 11만명이 이용했지만 이후 운영이 종료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극저신용대출의 연체율이 35% 수준이라고 밝혔다. 극저신용대출 역시 만기(5년) 일시상환 구조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은 대부분 만기에 일시상환하는 방식이지만 더불어사는사람들의 무이자착한대출은 원금균등상환 방식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처음 빌려준 30만원을 1년간 매달 2만5000원씩 갚아야 하고, 원금상환이 이뤄지면 대출한도는 더 올라간다. 최대 300만원을 대출받기 까지는 대략 5년이 걸린다. 원금을 갚지 않으면 더 이상 대출은 불가능한 방식으로 대출이용자들도 최대한 상환하려는 의지를 키우게 된다.
이 대표는 “14년간 무이자대출 경험을 이어온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사례는 정책금융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정책금융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