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투자 효과, 과대평가 가능성

2025-10-27 13:00:17 게재

"통계 왜곡할 위험" 지적

투자 발표액과 실제는 달라

올해 미국 경제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신기술을 선점하고 수익화하기 위해 쏟아붓는 천문학적 투자가 눈길을 끌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AI 투자가 워낙 규모가 커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수입 관세와 강화된 이민 규제로 흔들리는 미국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해왔다.

실제로 투자전문지 인베스팅닷컴은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해, 올해 상반기 미국 GDP 연간 성장률 1.6% 중 약 1.1%p가 AI 지출에서 나왔다고 봤다. 다만 수입 요인을 감안하면 그 기여도는 0.3%p 정도로 훨씬 줄어든다.

마이클 게이펜과 샘 코핀 등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24일 고객 보고서에서, 만약 이런 AI 효과가 ‘진짜’라면 AI 투자 호조와 부유층의 자산 효과, 그리고 트럼프의 대규모 예산안이 결합해 “미국 경제 활력 상승의 3대 축”을 형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들은 “그런 시나리오를 배제할 순 없지만, AI 지출의 성장 효과가 2025년에는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올해 대부분의 기본 전망에도 반영돼 있다.

이들이 지적한 핵심은 이렇다. 기업들의 AI 투자가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연구개발, 인건비 등에 집중되는데, 이런 항목들이 GDP의 핵심 지표인 최종 생산물에 항상 포함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상당 부분이 중간재나 수입품 구매로 이뤄져 GDP 계산에서 빠지거나 성장률을 깎아먹는다. 결국 “AI 지출 발표액을 명목 GDP로 단순히 나눠 계산하면 AI의 실제 기여도를 크게 부풀리게 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더 흥미로운 건 GDP 통계 자체에서 발견되는 ‘이상 신호’다. AI 투자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명목 지출 증가율은 2024년과 2025년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실질 성장률은 작년엔 부진했다가 올해 급증했다. 명목은 시장가격 그대로, 실질은 물가를 반영한 수치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투자 가격지수가 2024년에 ‘이상하게’ 급등했다가 올해 상반기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는 “2024년 경제 성장이 실제보다 낮게, 2025년 상반기는 높게 잡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가들은 설명했다. 이들은 “만약 소프트웨어 가격지수가 과거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끝내고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GDP 기여도 증가는 물가지수 계산의 왜곡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AI 소프트웨어에 실제로 지출을 늘린 진짜 명목 지출 증가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기업들의 투자 발표와 AI 도입 압박을 고려하면 명목 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증가 속도는 둔화될 공산이 크다고 이들은 내다봤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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