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상승세 미국보다 더 뜨겁다
미 증시 역대 최대치에도 수익률은 주요국에 뒤처져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지만, 올해 수익률에서는 오히려 세계 다른 국가들이 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외 지역 주식이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S&P500을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전 세계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을 추종하는 MSCI 올컨트리 월드(ACWI) 지수(미국 제외)는 올해 달러 기준 약 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15% 오르는 데 그쳐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수익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코스피는 64% 급등하며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독일 DAX지수는 22%,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4%, 영국 FTSE100지수는 18% 각각 올랐다.
이는 지난 10년간 이어졌던 ‘미국 예외주의(미국의 강한 경제 성장과 기업들의 높은 수익성, 기술 우위)’에서의 뚜렷한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마찰, 정부 셧다운, 기업 대출 부실 우려 등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이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 에벌린 파트너스(Evelyn Partners)의 수석 투자전략가 다니엘 카살리는 “이번 흐름은 투자자들에게 ‘미국 외에도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며 “백악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증시 강세에는 달러 약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WSJ 달러지수는 올해 6.3%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연준 독립성 논란, 급증하는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불안이 달러를 끌어내렸다. 달러 약세는 해외 기업들의 현지 이익을 달러로 환산할 때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진다.
미국 증시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일부 투자자는 “AI 중심의 편중된 장세”를 우려하고 있다. 파르나서스인베스트먼트(Parnassus Investments)의 펀드매니저 켄 라이언은 “지금의 미국 시장 투자는 거의 인공지능 확산에 대한 단일 베팅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S&P500의 2024년 전체 수익률 중 절반 이상은 엔비디아, 오라클, AMD, 브로드컴 등 소수 대형 기술주의 주가 상승에서 비롯됐다. 반면 해외 주식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은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2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반면, 일본 닛케이225는 21배, 홍콩 항셍지수는 12배 수준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식이 여전히 우위다. 지난 10년간 S&P500은 약 225% 상승한 반면, 닛케이225는 158%, FTSE100은 49% 상승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전년 대비 1.9%로 전망해, 영국(1.4%), 일본(0.2%), 독일(0.3%)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기업의 내년 순이익은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하 기대와 감세 정책이 기업 실적을 지탱할 것으로 보인다. 윌셔의 최고투자책임자 조시 이매뉴얼은 “혁신과 성장, 높은 이익률의 중심에 있는 시장을 비중 축소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