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만료됐다고 부당해고 금전구제 21건 기각
“노동위가 구제제도 무력화, 지침 정비해야” … 대법원 전원합의체·근기법 개정 취지와 정면 배치
노동위원회(노동위)가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올해 들어서만 21건의 부당해고 금전보상 구제신청을 ‘구제이익 없음’으로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로기준법(근기법) 개정 취지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면으로 위배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김포갑)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구제이익 없음’을 이유로 금전보상 구제신청이 기각된 사건은 21건에 달했다.
이들 사건 대부분은 근로자가 계약만료 직전 해고되거나 해고 이후 계약기간이 종료된 경우다. 하지만 노동위는 “근로계약기간이 이미 끝났으므로 근로자 지위가 소멸돼 구제이익이 없다”며 금전보상명령 신청을 잇달아 기각했다.
하지만 금전보상명령은 원직복직이 불가능하거나 근로자가 복직을 원하지 않더라도 해고기간 중 임금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계약기간이 만료됐다고 해서 구제이익이 사라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대법원은 2020년 2월 20일 전원합의체 판결(2019두52386)에서 “해고 효력을 다투는 중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복직이 불가능하더라도 해고기간 중 임금상당액 지급에 대한 구제이익은 유지된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 취지에 따라 2021년 개정 근기법 제30조 제4항은 “노동위원회는 근로자가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구제명령이나 기각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계약기간 만료나 정년 도래 등으로 복직이 불가능하더라도 금전보상명령은 가능하다는 것이 입법적·사법적 해석의 일관된 방향이다.
그럼에도 일부 노동위 판정문에는 여전히 “근로계약기간 만료 후 제기된 금전보상신청은 구제명령 이익이 없다”는 문구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근기법 개정 이전(2021년 5월 전)의 논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간제·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실효적 권리구제조차 부정하는 것이다.
노동위는 계약기간 만료 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는 이유로 근로자 지위가 소멸해 구제이익이 없다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부당해고 이후 3개월 내 구제신청해야 한다는 노동위 규칙과도 상반된다.
김주영 의원은 “금전보상명령 제도는 복직이 어려운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위한 장치인데 노동위원회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이를 배제하는 것은 스스로 노동법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리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 개정 이후에도 같은 논리로 판단이 반복되는 것은 명백한 직무해태로 중노위는 즉시 내부 지침을 정비해 금전보상 구제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