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인공지능 활용한 유용 유전자 발굴이 가져올 미래

2025-10-28 13:00:00 게재

지구상 온갖 생물의 유전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미생물부터 바이러스까지, 유전다양성이 극도로 높은 생물 등에 대한 유전체 정보 확보 연구가 이에 해당한다. 수만에서 수십만 종류의 유전체 정보를 대량으로 획득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유용 유전자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발굴하는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유용 유전자는 마치 공장의 조립라인처럼 양산용 세포에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신규 유용 유전자 발굴을 통해 주요 생체 분자를 합성하고 대량생산하는 일이 손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십억년의 역사가 담긴 진화라는 기나긴 시간 속에서 최적화된 유전자, 이를 죄다 꺼내 우리 삶에 더 가깝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합성생물학 연구는 유전자와 생화학 반응을 최적화하면서 유용한 생체분자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홉 없이도 맥주에 홉 향을 추가해주는 효모 개발이나 꽃 없이도 꽃가루의 양분을 대신 생산해 꿀벌의 먹이를 만들어주는 효모 개발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고 쉽게 키울 수 있는 효모에 홉이나 꽃의 유전자 등을 집어넣음으로써, 효모가 유용한 생체분자를 합성하는 대용량 공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생체 분자와 약물 분자를 효과적으로 대량생산함으로써 홉이나 꽃을 직접 재배하지 않고도 생산성을 개선하리라 기대된다.

세계는 바이러스 유전체 정보 확보 경쟁중

이러한 유전자 경로 개발에 쓰일 유전자를 발굴하기 위해 인류는 지구상 곳곳의 생물 다양성을 파헤치고 있다. 지구에는 여전히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다양한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넘쳐난다. 너무나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데다 직접 키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생물 등은 그 자체로 다양성이 무척이나 높아 수많은 유용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미생물 등을 배양하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DNA 분석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 정보는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배양기술을 확보하는 대신 일단 그 DNA만이라도 분석해 데이터로서 저장하고 그 데이터에서 유전자정보라도 추려내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컴퓨터는 이제 유전자원을 위한 거대한 저장고가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에 힘입어 지구 곳곳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바이러스의 유전체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가 경쟁처럼 진행되고 있다. 스웨덴 연구진은 멸종한 매머드 500여 마리의 사체에서 추출한 미생물에서 DNA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연구진은 50여 종의 포유류 1000여 개체를 조사해 바이러스 30종류와 세균 7000여종을 새로 발견하기도 했다.

기존 DNA정보보다도 훨씬 더 고도화된 유전체 정보를 고품질로 확보할 수 있게끔 하는 실험 기법도 개발돼 고품질 유전자원 확보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미생물 등의 고품질 DNA 정보는 새로운 유용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학습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DNA에 담긴 유전자 정보만으로는 각 유전자들이 어떤 일을 할지 그 기능을 곧바로 알기 어렵다는 한계가 남아있다. 또 너무나 대용량 유전자 데이터가 쌓이는 실정이니 이러한 유전자 중 우리가 활용할만한 것이 무엇인지 골라내는 것도 주요 문제 중 하나다.

최근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유전자 기능 분석 실험을 자동화하고 인공지능 및 데이터를 활용해 유전자 기능을 예측하는 연구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예측한 단백질 구조를 활용해 서로 비슷한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분류하고, 이러한 유사성을 기반으로 그 기능을 추정하는 기법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러한 연구 방법론은 인류가 확보하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 등의 유전자 정보를 정밀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전자원의 활용 효율을 현저히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합성생물학 연구에 거는 기대

생물에 대한 연구는 이해를 넘어 이를 활용한 설계와 활용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전히 생물에 대한 고품질 생체정보 자료를 쌓음으로써 다양한 생물과 유전자에 대해 이해를 높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구축해야 하는 생체정보가 너무나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이것이 어떤 산업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 또한 점차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한국의 합성생물학 연구와 바이오파운드리가 이러한 발전을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

김 준 충남대 교수 생명시스템과학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