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한미동맹 위해 안보와 경제 핵심이익 양보할 수 없다

2025-10-28 13:00:00 게재

경주에서 10월 31일~11월 1일 열리는 2025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펙)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한국의 미국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위 ‘한미동맹 현대화’의 구체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이 두 가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바로 그 점이 최소한 ‘선방’이라는 여론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의 협상 실무자들은 아펙회의 전에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 두달 간 빈번히 만났다. 합리적 절충점은 핵심쟁점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밝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뿐 아니라 집단지성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과연 정부가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결코 국가의 핵심이익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릴 수 없다.

안보와 경제는 국가의 생존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도 무너진다. 한국은 오랜 한미동맹체제에서 안보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미국에 대한 의존성이 구조화되어 어엿한 중견국으로 성장한 지금까지 그 관성에서 심리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협상에서의 입지를 심각히 저해한다. 한미동맹을 걱정하며 경제협상에서 양보하고 안보협상에서는 한미동맹의 훼손이 가져올 경제적 피해를 걱정하며 양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제 위해 안보, 안보 위해 경제 양보 안돼

국가간 협상에서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은 주권과 평화다.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권의 침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정상이 아니다. 또한 주권을 위해 그 대가로 다른 것을 양보할 수도 없다. 관세협상에 관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들은 희미하지만 희망적이다. “미국의 3500억달러 요구에 동의했으면 내가 탄핵당했을 것이다”(9.17, 타임지 인터뷰), “관세협상은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9.22, 미 의원 접견) 등이다.

안보문제에서 ‘동맹현대화’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는 첫 정상회담 직전(8.24) 기자간담회를 통해 “쉽게 동의하지 못 할 문제”로 규정한 바 있다.

사실 동맹현대화 문제가 관세협상보다 대중에게 덜 알려져 있다. 안보에 관련된 것이라 공개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국가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만큼 국민주권정부로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안보 분야에서는 대체로 문서 작업도 돼 있다”고 말했다.(10.24, KBS 출연) 그래서 더욱 궁금증과 우려가 커진다. 한미 합의에서 문서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은 2006년 한미 외교장관 공동성명 수준(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필요 존중, 미국은 한국의 전쟁 연루 우려 존중)을 유지하더라도 정상 간의 합의와 문서화는 더 큰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작전통제권의 ‘회복’ 역시 한국의 당연한 주권이므로 이를 위해 다른 어떤 것도 양보해서는 안된다.

터무니 없는 미국의 한국 국방비 GDP 5% 증액 요구는 국가의 재정주권 침해다. 이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증액 방향에 동의했고 최근 안규백 국방장관도 국방비를 현 GDP 대비 2.3%에서 조속히 3.5% 수준으로 증대할 계획을 밝혔지만(10.16 언론인터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주권과 평화 지키며 동맹관계 호혜적 발전을

한미 관세협상은 ‘관세협박’임을 많은 국민이 알게 되었다. 학술적으로 ‘동맹 궁핍화’로 지칭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동맹에 대한 강탈이라는 인식이 확대됐다.

한미동맹 절대주의와 종교화 인식에 균열이 생기고 바로 보아야 한다는 자각도 시민사회에서 일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3500억달러 선불 요구에 대해 응답자의 80% 이상이 부당하다고 답했다.(10.1, 리얼미터)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역설’로 보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 진즉 했어야 할 반성과 자각이다. 동맹을 폐기하거나 미국과 적대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주권과 평화를 지키며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호혜적으로 발전시켜 나자는 것이다.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