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총수자녀에 부당이익 제공 의혹…공정위 신속조사 방침
경제개혁연대, 태광그룹 특수관계인에 사업기회 제공 조사 요청
“태광산업·티시스가 할 사업, 총수 자녀 지분 보유 법인에 맡겨”
이재명정부 첫 대기업 사익편취 사건 … 기업집단국 조사 예고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 자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가 태광그룹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 의혹에 대한 조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이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를 받아 공정위에 고발된 것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첫 사례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공정한 시장경제’를 핵심 공약의 한 축으로 내세워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부당거래 감시와 제재 의지가 강하다.
주 위원장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집단을 이용한 내부거래, 사익 편취, 자사주 지배력 확대에 대해 엄정히 제재해야 한다. 제재 강도는 (부당)행위로 얻는 이익을 능가하도록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8일 정부 핵심관계자는 “대기업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총수 자녀의 부당이익을 조장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공정거래법 위반이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짜 사업 넘겨준 태광그룹 =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전날 태광그룹 특수관계인의 T2PE와 흥국리츠운용의 지분 소유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금지(사업기회 제공) 위반 여부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태광그룹은 2024년 12월 티투프라이빗에쿼티(T2PE)를 설립하고, 2025년 4월 흥국리츠운용을 설립했다. T2PE 지분은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각각 41%씩 보유하고 있으며,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 이현준과 이현나가 각 9%씩 소유하고 있다. 흥국리츠운용은 티시스가 82%, 두 자녀가 9%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T2PE는 태광산업의 기업인수합병 과정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경산업 인수 과정에서 컨소시엄을 주도하며 본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태광 계열사들의 기업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과보수 등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로 알려졌다. 흥국리츠운용 역시 태광계열사 부동산 매입·매각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와 매각차익, 성과보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두 회사는 태광산업과 계열사들의 인수합병과 부동산 거래를 담당하는 회사들로 파악된다. 대기업의 지원 아래 이윤 보장이 확실한 알짜 사업만 챙기는 구조인 셈이다.
◆“회사 이익을 자녀에게 나눠주는 셈” = 경제개혁연대는 이 두 투자회사가 수행하는 사업이 태광산업과 계열사가 본래 수행해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T2PE와 흥국리츠운용이 영위하는 사업은 태광산업 등 계열사가 수행해야 할 핵심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하도록 설계돼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속하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녀가 지분을 소유한 T2PE와 흥국리츠운용에 기업 알짜 사업을 맡기는 것은 결국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제공하는 행위란 설명이다.
현재 T2PE와 흥국리츠운용의 특수관계인(총수와 자녀) 지분율은 각각 18% 수준이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행위’ 요건(20% 이상)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총수 일가에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이 회장의 아들인 이현준씨는 △대한화섬(3.15%) △이채널(6.13%) △티시스(11.3%) △티알앤(39.36%) △흥국증권(우선주 100%) △T2PE(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딸 이현나씨는 △티시스(0.55%) △티알앤(1.24%) △T2PE(9%)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 지분은 없지만, 신설 투자·리츠 계열사에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시켜 총수 일가가 간접적으로 이익을 확보하도록 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울러 한진, 효성, 코오롱 등 다른 대기업 집단도 특수관계인이 계열사 사업과 관련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취득해 사업기회를 독점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전수조사 필요성도 강조했다.
◆사업기회 제공행위는 =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행위 규제는 특수관계인이 계열사 사업으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고, 경제력 집중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중에서 총수 일가가 20% 이상 주식을 소유한 회사 또는 그 회사가 50%를 초과해 주식을 소유한 자회사다. 태광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이다. 전문가들은 태광의 이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앞서 6월26일 선고한 판결(2024두34382)에서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남용해 계열사가 수행해야 할 수익성 높은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한 경우, 이는 부당이익 제공행위로 규제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T2PE와 흥국리츠운용의 소유구조는 사익편취 규제를 회피하면서 이호진 전 회장 자녀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는 조만간 이 사건을 기업집단국에 배정, 신속하게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