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논란 속 ARM에 주목
엔비디아 매도 의견 전문가
ARM에는 "매수" 권고해
시포트 글로벌 시큐리티스(Seaport Global Securities)의 제이 골드버그 수석 애널리스트는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에는 잘될 요인보다 잘못될 요인이 더 많다”며 “난 평생 수많은 거품을 보았다”고 말했다.
골드버그는 “AI 투자 열기가 과열된 만큼,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ARM 홀딩스(Arm Holdings Plc.)와 브로드컴(Broadcom Inc.)에는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두 기업은 칩 설계와 지적재산(IP) 중심의 사업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제조 설비 부담이 큰 엔비디아와 차별화된다.
ARM은 스마트폰 칩 설계로 출발했지만 최근 데이터센터·자동차·엣지컴퓨팅 등 고성장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025회계연도 매출은 40억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20% 성장했고, 영업이익률도 50% 수준을 유지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ARM의 설계 구조는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아마존의 ‘그래비톤(Graviton)’, 마이크로소프트의 ‘코발트(Cobalt)’, 구글의 ‘액시온(Axion)’은 모두 ARM의 설계 구조를 기반으로 한 칩으로, 전력 효율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실현했다. 이러한 추세는 ARM의 로열티(기술사용료)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2029년까지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들의 AI 인프라 누적 투자 규모가 2조8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설비 투자만 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ARM은 이러한 장기 투자 사이클의 핵심 수혜주로 꼽힌다. CPU 설계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기본 구조를 지탱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야후파이낸스 기준 EV/Sales(기업가치 대비 최근 12개월 매출 비율)는 ARM이 약 36배, 엔비디아는 약 23배로 나타난다. EV/Sales는 기업이 현재 매출로 기업가치를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 높을수록 높은 성장 기대를 의미한다. ARM의 높은 수치는 향후 매출 확대 기대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4조5000억달러로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전력소비와 공급망 리스크, 과도한 설비투자 등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골드버그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막대한 전력과 자본이 필요하다”며 “이 지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훌륭한 기업이지만 불멸의 존재는 아니다”며 “투자자들은 거품이 꺼져도 경쟁력을 유지할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RM은 저전력 설계 기술, 폭넓은 고객 네트워크, 그리고 로열티 중심의 수익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인공지능 칩과 모바일, 자동차, 사물인터넷 시장으로의 확장이 이어지는 한 ARM의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AI 버블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단기 고평가주’보다 ‘수익 모델이 견실한 기업’을 찾고 있다. ARM은 그 균형점에 가장 가까운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