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3년, 여전히 불안한 국가안전망

2025-10-28 13:00:31 게재

대형재난 때마다 특별 대책 내놓지만

반복되는 참사 막지 못하는 대응체계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참사가 일어난지 3년이 지났지만 국가 안전망은 여전히 불안하다. 제대로 된 원인 규명 없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도 개시됐지만 그날 왜 참사가 발생했는지, 왜 구조에 실패했는지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이태원 거리 보행자 중앙분리대 점검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의 거리 일대에서 서울경찰 기동순찰대원들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다중밀집 예방 순찰을 하며 거리에 설치된 이동식 중앙 분리대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당시 정부가 왜 이런 희생을 제대로 막지 못했는지 3년째 묻고 있다. 특히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요구해 왔지만 5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지난 25일 열린 이태원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왜 구조활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왜 신고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이 정당한 질문에 국가가 반드시 응답하게 하려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법은 누구나 차별 없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받고, 사회적 재난 발생 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할 독립된 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한 법안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2020년,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됐고 지난 3월 재발의된 뒤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야당 등은 재해로부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헌법에 이미 규정돼 있고, 안전권을 구체화 한 법률도 있기 때문에 과잉 입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우리처럼 진상 규명을 외칠 필요가 없게 해 달라"며 "3년 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국가에게 던지는 단 하나의 요구”라고 강조한다.

◆인파사고 대응체계 강화했지만 = 이태원참사를 계기로 인파사고 방지를 위한 대응체계는 한층 강화됐다. 정부는 참사 이후 인사파고를 재난안전법상 재난유형에 포함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주최자 유무와 상관없이 지자체에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 위험상황 조기 파악과 상황 공유, 공동 대응 등 신속한 대응체계도 만들었다. 특히 전국 226개 전체 시·군·구에서 24시간 재난안전상황실을 운영토록 하고, 단체장 재난안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등 지자체 대응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았다.

지자체들도 인파관리를 모든 축제·행사마다 최우선 과제로 관리하고 있다. 서울 홍대와 이태원 등 주요 인파밀집지역 상인들도 직접 질서유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유아 때부터 인파사고 대응을 위한 체험교육을 하는 등 국민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정부는 이태원참사 3개월 뒤인 지난 2023년 1월 27일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현장에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28일 새벽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 다중운집 때문에 5명의 호흡곤란 환자가 생기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더 강화된 대책을 내놔야 했다. 지자체장에게 행사 중단과 대중 해산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고, 중단·해산 권고 시 경찰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이때 나온 대책이다.

침수사고로 인한 인밍피해 반복도 유사한 형태의 반복적 재난이다.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오송지하차도참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0년 7월 23일 부산에서 발생한 초량치하차도 침수 사고를 겪고도 같은 형태의 재난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오송참사로 14명의 목숨을 잃고 나서야 부랴부랴 호우 시 지하차도를 비롯한 침수 방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후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사고는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수립 대책 이행점검 중요” = 지난달 26일 발생한 정부전산망 마비 사태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2년 전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를 겪고 난 뒤 정보시스템 장애로 발생한 대규모 피해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해 관리해왔지만 유사한 대형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이 사태로 한달 넘게 정부전산망 장애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형태의 재난을 막으려면 대형참사를 계기로 수립한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보완·발전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상일 르네방제연구소장은 “대형참사 이후 마련한 정부 대책은 국민의 피로 얻은 교훈”이라며 “수립한 대책의 이행 상황과 수정·보완 내용을 국회와 지방의회, 그리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