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선 돌파 "과열 아니라 정상화로 가는 단계”
올해 68% 상승하며 G20 중 1위 차지하며 강한 상승 랠리
이달에만 18% ↑…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조정 위험
대형주 중심 상승 … 불장에도 상승보다 하락종목 더 많아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강한 상승 랠리를 펼치며 올해만 68% 올라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단기 급등에 대한 차익실현·조정 위험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 2023~2024년 국내 증시의 조정을 고려하면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과열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2년 말 대비 주요국 증시와 자산 가격 상승세와 비교하면 아직도 평균치를 밑돌고 있어 그동안 저평가 받아왔던 한국 증시가 이제 정상화로 가는 단계라는 평가다.
◆코스피 4000선 놓고 공방 치열 = 28일 오전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4000선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2.36p(0.80%) 하락한 4010.47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9시 54분 기준 전일보다 41.88포인트(1.03%) 떨어진 4000.95에서 거래 중이다. 장 초반 3984선까지 밀려났다가 등락을 반복하며 4000선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뒤 오름폭을 키워 장중 역대 최고치를 4042.83까지 높인 바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904.16으로 전일보다 1.46포인트(0.16%) 오른채 거래 중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가 번지면서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전날 미중 정상 회담 기대를 증시에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29일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무역 합의가 조속한 시일 내에 타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단기 차익 매물이 출회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중반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초대형 이벤트를 대기하는 심리 속 그간 폭등에 따른 단기 차익실현 매물을 소화해가며 업종별 순환매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지수 상승 속도 부담을 간과할 수는 없다”며 “중간중간 숨고르기 과정이 수반되면서 상승 탄력이 일정 기간 동안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반도체 중심 상승 '한계'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지만, 실제 상승 종목보다 하락한 종목이 더 많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대형 반도체 중심으로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서 지난 6월 20일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1472개로, 같은 기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 수(1151개)를 웃돌았다.
6월 20일은 코스피가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한 날이다. 이후에도 코스피는 거침없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4000선 고지를 넘었지만,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은 실정이다.
메모리 업황 기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이 큰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 위주로 상승세가 쏠리면서, 그 외 종목으로는 온기가 번지지 못한 모습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2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타 업종은 실적 모멘텀이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스닥·닛케이지수 상승 폭에 못 미쳐 =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과열 우려가 나오는 코스피를 두고 이제야 정상화로 가는 단계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만 보면 압도적이지만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한창 진행되면서 코스피가 조정을 보였던 2022년 말 대비 주요국 증시와 코스피 상승 폭을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나스닥지수 상승 폭은 물론 일본 증시(닛케이225지수) 상승 폭에도 못미치는 상승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과 2024년 국내 증시는 경제 둔화, 정치 불확실성 및 중국 저가 공세 등으로 저평가되면서 여타 증시와 달리 조정 흐름을 받아 왔다”며 “올해 코스피 상승세는 그동안 저평가됐던 국면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는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7지수와 코스피 지수 간 동조화 현상 강화도 주목할 점이다.
박 연구원은 “M7지수와 코스피지수 간의 강한 동조화 배경에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신정부 자본시장 육성정책 강화, 관세 리스크 완화 등의 요인도 있다”며 “특히 국내 경제가 미국 주도의 AI 투자 사이클에서 수혜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3저 효과(저금리, 저유가, 저신용위험(저달러))와 더불어 AI 사이클의 낙수효과인 반도체 가격 급등이 국내 경제와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으로 당분간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동성 증가와 실적 상향 기대 맞물린 강세장 = 실적 추정과 밸류에이션을 놓고 보면 코스피지수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에 도달하지 않은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지수 상승이 가팔라질수록 버블이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적 추정과 밸류에이션을 놓고 보면 현기증 나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올해 국내 증시 강세는 역대급 실적 상향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증가 기대와 실적 상향 기대가 동시에 맞물린 강세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스피는 4000선을 넘었지만 12개월 PER(주가수익비율)은 아직 12배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9월부터 코스피 실적 상향 조정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은 아직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