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의 턴어라운드…‘사양산업’ 정리 임박
‘블루칼라 CEO’ 콘티넨차
"옛 코닥 정리 90% 완료"
세계 사진산업의 대명사였던 이스트먼 코닥(KODK)이 장기 구조조정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회사의 구원투수로 불리는 짐 콘티넨자 최고경영자(CEO)는 “옛 코닥의 정리는 80~90% 완료됐다”며 “이제는 전략 실행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2012년 디지털 사진 활성화와 스마트폰 보급으로 필름 사업이 붕괴하며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코닥은, 현재 63세 콘티넨자의 ‘턴어라운드’ 전략 아래 제조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 중이다. 재봉사 어머니와 3M 공장 노동자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스스로를 “블루칼라 CEO”라 부르며 현장 중심 경영을 강조한다.
그는 “내가 맡은 코닥은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가장 작은 복잡한 회사’였다”며 “5000명 직원이 3800개의 직함을 가지고 있었고, 주요 고객과 수익성을 아무도 정확히 몰랐다”고 회상했다.
취임 직후 그는 의사결정 체계를 7명으로 구성된 ‘컨트롤 그룹’으로 단순화하고, 각 사업부를 독립 운영 구조로 전환했다.
코닥은 현재 상업용 인쇄기와 인쇄판 제조를 핵심으로 하는 프린트 사업을 중심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억4000만달러 중 7억3700만달러가 이 부문에서 나왔다.
여기에 인쇄 기술을 응용한 배터리용 코팅, 자동차 유리용 투명히터, 전자파 차단소재 등 첨단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콘티넨자는 “과거 코닥은 한 제품에 너무 의존했다”며 “이제는 여러 다리를 가진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체스터 본사 부지 내 2만8000평방피트 규모 건물은 식품의약국(FDA)에 등록된 청정 생산시설로 개조돼 실험실용 시약 생산을 시작했다. 그는 “과거 수백만달러를 들여 발명하고도 매출은 미미했던 제품들을 보며 자랑스럽지 않았다”며 “그 돈을 직원과 주주에게 주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닥은 과거 과잉적립된 확정급여형 연금제도를 종료하고 이를 부채 상환에 활용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이 완결되면 부채 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8월 실적 공시에 ‘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유의사항’이 포함되자 일부 언론은 파산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콘티넨자는 이에 “우리는 이미 공시에서 해당 위험을 투명하게 언급했다”며 “모든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일축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그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한 리더로 평가된다. 콘티넨자는 “상황이 나쁠수록 나는 차분해진다”며 “문제가 클수록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내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코닥의 ‘청산과 재건’을 이끄는 콘티넨자는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구조조정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완성되면 난 떠난다. 다음 사람이 이 회사를 새로운 여정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