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절도 쓰인 사다리차, 광고로 재등장

2025-10-29 13:00:00 게재

“조용한 사다리차”

독일 뵈커사의 재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주얼리 절도 사건에 사용된 가구용 사다리차가 독일 회사의 새로운 광고 모델이 됐다”고 전했다.

루브르에서 약 8800만유로(약 1300억원) 상당의 나폴레옹 시대 보석이 도난당한 직후, 독일 베르네에 본사를 둔 가족 경영 기업 뵈커(Böcker)는 자사 제품이 절도에 이용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곧 이를 역이용해 ‘홍보 기회’로 삼았다.

뵈커는 사건 다음 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When you need to move fast)”라는 문구와 함께 문제의 제품 사진을 게시했다. 게시물에는 “최대 400kg의 보물을 분당 42m 속도로 옮길 수 있으며, 속삭이듯 조용하다(as quiet as a whisper)”는 설명이 붙었다.

뵈커의 마케팅 책임자 율리아 샤르바츠(Julia Scharwatz)는 “남편이자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뵈커와 함께 뉴스를 보다가 자사 제품이 절도 현장 사진에 나온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농담을 주고받으며 재치 있는 문구를 생각해냈다”고 밝혔다.

이 광고는 월요일 아침 정식 캠페인으로 공개됐다. 샤르바츠는 “직원, 거래처, 고객 등 수많은 관계자들이 연락을 해왔다”며 “이건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다리차는 2020년 파리 지역의 장비 임대업체에 판매된 것으로, 범인들은 최근 이 회사를 찾아 제품을 ‘시험 사용’하겠다며 접근한 뒤 시연 도중 장비를 훔쳐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1958년 설립된 뵈커는 “전통과 혁신”을 내세우는 가족 기업으로 약 6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광고가 공개된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샤르바츠는 “보통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1만5000~2만명이 보지만 이번에는 170만명이 봤다”며 “이 정도로 퍼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일부에서는 “프랑스인들이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 독일 회사가 이를 웃음거리로 삼았다”며 “무감각한 홍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이용자는 “뵈커 마케팅팀은 급여 인상을 받아야 한다”고 농담을 남기며 유머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뵈커 측은 광고 이후 실제 주문 증가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구 리프트에 대한 문의가 몇 건 들어왔다”고 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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