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정부안보다 낮춘다

2025-10-29 13:00:00 게재

이형일 기재1차관 “증시에 좋은 방향으로 개정”

여당도 “일관된 자본시장활성화 정책 견지” 강조

민주당 일각 “또 다른 부자감세 초래” 반발 변수

증권시장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기존 정부안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5000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세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기류는 정부도 여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정 모두 ‘일관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견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정부안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시 활황, 경제 반등 계기” = 이형일 기획재정부 차관은 “증시의 활황 등의 영향으로 경제가 리바운드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정안을 증시에 좋은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차관은 전날 오후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이 차관의 이런 언급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부안 개정을 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차관은 “증시 활황이 기업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가계 자산 효과를 통해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며 “이런 요인들이 경제 리바운드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과 관련해서는 증시에 좋은 의미를 두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국회 논의와 시장 의견을 종합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겠다”면서 “증시에 좀 더 좋은 의미를 두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망치를 상회해 전 분기 대비 1.2% 성장한 것은 실질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차관은 “물가를 차감하고도 실질적으로 늘어난 규모가 크다. 굉장히 좋은 숫자가 나왔다고 판단한다”며 “2분기 대비 1.2%가 늘었고,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4.7% 수준이다. 작년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1.7% 증가했다. 잠재성장률(1% 후반대)에 거의 근접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 2분기에는 0.7% 성장에 그쳤으나 3분기에는 추가로 1.2%가 오른 만큼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비쿠폰이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했고, 민간 심리가 6개월 연속 100을 넘는 등 회복 흐름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서도 개정 움직임 = 다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정부안이 확정된만큼 국회 심의과정에서 개정될 지가 관건이다. 국회 개정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 내 기류도 ‘전향적 개정’으로 기울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이자 국회 과반을 차지한 다수당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최우선 입법 과제로 본격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주식 배당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 낮은 세율로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간 2000만원까지 금융소득(배당·이자)에 14%(지방세 제외)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2000만원 초과분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앞으로는 ‘배당 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 성향 25% 이상이면서 3년 평균 대비 5% 이상 증가’한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에는 최고세율을 35%로 낮춰주는 게 정부가 내놓았던 개정 세법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최고세율 35%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세금 부담을 더 낮춰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안의 시행 시기도 2025 사업연도가 아니라 2026 사업연도여서 오히려 올해 결산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따라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분리과세 차등세율을 배당소득액 △2000만원 이하 9% △2000만~3억원 20% △3억원 초과 30%로 조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다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은 최고세율을 25% 이하 수준으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증시 활황에 개정논의 급물살 = 이같은 당정의 전향적인 태도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4개월 만에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면서 5000선까지 다다르기 위한 새로운 추진동력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코스피가 올해 세계 증시 가운데 상승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코스피 5000 시대 선진 자본시장으로 가는 길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금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안착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자사주 제도의 보완, 스튜어드십 코드 점검, 그리고 공시제도 개혁 등 일관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견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만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코스피 5000에 대한 시장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우리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건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 자본시장 선진화, 공정한 시장의 구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정부의 일관된 목표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에 야당도 반대하지 않고 있어 개정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회 기재위원장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모든 국내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9~25%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 투자 업계가 요구해온 고배당 펀드에도 분리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일부와 시민단체 등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정책위의장을 지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을)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 주식 배당 소득의 92%가량을 주식 많이 가지고 있는 분들 상위 10%가 가져간다”고 소개하면서 “최고세율을 낮추면 세제상의 혜택을 상위 10%가 거의 독점하므로 결국 부자감세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분리과세가 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배당소득을 국민 다수가 누리쪽으로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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