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미일 동맹의 황금시대’를 공식 선언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안보와 경제 전반에 걸친 포괄적 협력을 다짐하며 양국 관계를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동맹”으로 규정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언론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고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언급하며 신뢰 형성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는 훌륭한 친구였다. 그가 당신(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매우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말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오랜 우정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미일 동맹은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공감대를 확인했다.

무역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체결했던 미일 무역합의를 직접 언급하며 “매우 공정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이 합의는 지난 7월 체결됐으며 일본이 미국에 총 5500억달러(약 790조원)를 투자하고, 자동차와 쌀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가 다카이치 총리 체제에서도 변경 없이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사실상 ‘재검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일정에 맞춰 ‘미일 간 투자에 관한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미국 내 사업 규모는 총 4000억달러(약 575조원)에 달한다. 참여 후보로는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파나소닉 소프트뱅크 미쓰비시전기 등이 있다. 에너지 개발, 인공지능(AI) 인프라, 중요 광물 확보가 주요 투자 분야다.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웨스팅하우스와 히타치(GVH)가 추진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로 각각 1000억달러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우리는 많은 배를 만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조선업 협력 각서 체결 사실도 공개했다. 또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전역에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내용은 공동 문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대미 투자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해석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무기 구매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율 2% 달성 시점을 2025회계연도로 앞당긴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자국의 방위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자위대의 F-35 전투기에 사용할 미국산 미사일의 첫 인도를 승인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양국은 회담 직후 ‘미일 동맹의 새 황금시대를 위한 합의 이행’ 공동 문서와 함께 희토류와 중요 광물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협정에도 서명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예고한 가운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이후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동승하며 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모 내부에서 “이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며 “미일 동맹은 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6년 전 이곳에서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잡고 평화를 약속한 장면을 기억한다”며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통해 지역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미일 회담은 무역·투자, 군사·안보, 첨단 산업 분야까지 아우르는 포괄 동맹 구축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보수 성향을 공유하는 트럼프-다카이치 체제는 경제적 실익뿐 아니라 지정학적 전략에서도 긴밀한 공조를 예고해 향후 동북아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