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주사제의 명암, “위고비와 마운자로, 병원에서 맞아야하는 이유?
주 1회 주사로 ‘대사 자체를 바꾸는 치료’… 효과와 함께 부작용 위험도 공존
최근 몇 년 사이 ‘주사 한 방으로 살이 빠진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비만은 단순한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와 호르몬, 생활습관이 얽힌 복합 질환이다. 새로운 비만주사제인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놀라운 체중 감량 효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부작용과 남용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엔비의원 안산·시흥점 기문상 원장의 임상 경험과 최신 의학 데이터를 토대로, 두 약물의 장점과 한계를 알아봤다.
강력한 감량 효과,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차이
엔비의원 안산·시흥점 기문상 원장은 “비만 환자가 없어지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라며 “비만주사제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혁신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10월 국내에 출시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주 1회 피하주사 방식으로 투여되는 비만 치료 주사제다. 초기 0.25mg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0.5→1.0→1.7→최대 2.4mg까지 증량한다. 68주간의 임상시험에서 평균 약 14.9% 체중 감소가 확인됐으며, 대사 및 심혈관 위험요인의 개선 가능성도 보고됐다.
반면 지난 8월 국내에 도입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는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해 차세대 비만치료 주사로 급부상했다.
위고비가 GLP-1 수용체만 자극하는 반면, 마운자로는 GLP-1과 GIP 두 호르몬을 동시에 활성화해 식욕 억제와 포만감 증진은 물론, 인슐린 분비 촉진·지방 대사 개선 효과까지 갖는다.
즉, ‘덜 먹게 하는 약’을 넘어 대사 자체를 효율적으로 바꾸는 약이다. 마운자로의 투여 방식 역시 주 1회 피하주사로, 초기 2.5mg에서 4주 간격으로 2.5mg씩 증량해 4개월 차 10mg, 최대 15mg까지 올릴 수 있다. 체중 감량 효과는 최대 22%로, 위고비보다 약 7% 높게 보고됐다.
병원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 안전한 처방의 중요성
하지만, 이 약물들은 병원에 간다고 무조건 살 수 있거나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두 약물 모두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이 동반될 때만 처방 또는 병원 투여가 가능하다.
특정 갑상선 질환자, 췌장염 병력자는 사용 주의가 필요하고, 변비·설사·복부불편감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30%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체성분·혈당·간기능 등 기초검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판단하고, 첫 투여 시에는 의료진이 직접 주사를 시행해 부작용 반응을 확인한다. 초회 투여 후에는 사용법과 보관·자가주사 방법, 용량 조절법을 충분히 숙지한 뒤, 집에서 자가주사를 병행하면 된다.
BMI 기준에 따라 처방 자격이 충족되면 약국에서 주사제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용량을 착각하거나 스스로 주사를 잘못 맞아 수일간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문상 원장은 “비만주사제는 단순히 ‘주사를 사서 맞는 약’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용량 조절·사후 관리가 동반돼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초회량은 반드시 병원에서 맞고, 이후 단계도 정기적인 상담을 병행해야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최신 주사제인 마운자로는 체중 감량 폭뿐 아니라 식욕 조절, 혈당·지질 개선 등 대사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준다. 실제 임상에서도 마운자로 투여군은 위고비보다 허리둘레와 내장지방 감소 폭이 크고, 중단율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혈당과 중성지방 수치가 개선되면서 당뇨 전 단계나 지방간, 고지혈증을 동반한 환자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두 약물 모두 매일 맞는 삭센다와 달리 주 1회 자가 주사라는 점에서 주사 편의성이 높고, 식사 전후 조절 부담이 적다. 위고비는 이미 미국 FDA에서 비만·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적응증을 획득했고, 마운자로 역시 같은 GLP-1 계열로서 심혈관 개선 가능성을 입증 중이다.
효과가 큰 만큼 주의점도 명확하다. 두 약물 모두 초기 2~4주 사이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복부 불편감이 자주 나타난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용량을 급히 올리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점진적 증량이 중요하다. 특히 갑상선 수질암(MTC) 가족력이나 MEN2(다발성 내분비종양) 병력이 있다면 사용을 피해야 한다.
또한 췌장염·담석증 병력자, 혹은 심한 위배출 지연(위마비) 환자 역시 반드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당뇨약 병용 시 저혈당이 올 수 있고, 약물 중단 시 요요 현상도 피할 수 없어서, 병원에서 꼼꼼한 평가가 필요한 전문의약품임을 간과하면 안된다.
엔비의원 안산 시흥점 기문상 원장은 “비만주사제는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이라며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과는 단기적”이라고 강조했다.
가격 또한 두 제품 모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 비용이 적지 않다. 다만 회사의 경쟁 구도로 인하여 기존보다 병원 공급가격이 많이 합리화되어 가격 부담도 훨씬 내렸다.
비만주사제의 발전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건강수명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위고비가 안정성과 근거로 ‘표준’을 세웠다면, 마운자로는 더 큰 감량 폭과 대사 개선으로 ‘다음 단계’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조만간 이 비만주사제가 먹는 비만약물로도 곧 출시될 계획이라 비만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과신은 금물이다. 약물에만 의존하거나 단기간 목표를 위해 남용할 경우, 부작용과 요요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기문상 원장은 “비만 치료는 비만전문병원의 꼼꼼한 진단아래 전문의 상담을 통해 체중·대사·생활습관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때 비로소 ‘비만 없는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엔비의원 안산·시흥점 기문상 원장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