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3년 만에 유가족·시민 곁에 선 정부

2025-10-30 13:00:03 게재

정부 첫 공식 추모행사 '국가 책임' 분명히

진상규명 촉구 한목소리…2차 가해도 방지

이태원참사 3년 만에 정부의 첫 공식 추모 행사가 열렸다. 정부는 참사의 국가 책임을 분명히 했고, 유가족들은 3년 전 그날에 대한 진상규명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유가족들이 참석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와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59명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1분간의 사이렌을 시작으로 이태원참사 3주기 기억식을 개최했다.

추모식엔 정부 대표로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모사를 낭독했다. 추모객들은 참사 상징색인 보라색 재킷을 입고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가 적힌 전단을 들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 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3년 동안 제자리걸음인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가 쏟아졌다. 송해진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 3년 만에 정부가 유가족과 시민들 곁에 선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것이 출발점”이라며 “(정부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더 안전한 내일을 여는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송기춘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송 위원장은 “진실을 충실하게 밝혀 곧 국민께 보고드리겠다”며 “(찾아낸 진실은)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우리 사회 정의와 희생자·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특별조사위원회는 총 251건에 대한 조사 개시를 결정해 자료 수집과 분석, 관련자 진술 조사, 현장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참사 이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 등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왜 공적 구조 활동이 지연됐고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왜 유가족 호소를 외면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지, 이 질문의 답을 찾아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지키겠다”고 했다. 또 “특별조사위원회가 충분한 시간과 권한을 가지고 성역 없이 조사해 참사의 진상을 밝혀낼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며 “그날의 진실을 목격한 이들이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 초청으로 3년만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 유가족도 “참사를 기억하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게 진정한 추모”라며 진상규명 요구에 힘을 실었다.

정부도 이날 추모식에서 이태원참사의 국가 책임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참석차 경주에 간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추모사 영상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참사 유가족과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날 국가는 없었다”며 “지켜야 했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막을 수 있던 희생을 막지 못했다. 사전 대비도, 사후 대응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 23일 합동감사 결과를 발표해 정부 기관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책임자 6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 참석자들은 참사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2차 가해 범죄에 대한 대응 의지도 밝혔다.

실제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태원참사 2차 가해 사건으로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총 166건이다. 이 가운데 19건이 송치됐고, 26건이 혐의없음 등으로 종결됐다.

경찰은 대형 참사 및 사건·사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2차 가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하고 있다.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언론사들과 협의해 참사 기사 댓글 창을 폐쇄하는 조치도 추진 중이다.

2차 가해는 대형 재난이나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에도 유가족들은 명예훼손성 댓글과 비난 여론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 세월호참사와 오송지하차도참사 때에도 유사한 형태의 2차 가해가 이어지며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이태원참사 특별법 개정을 통해 유가족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률개정안은 지난 8월 발의돼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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