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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또 쳇바퀴인가

2025-10-30 13:00:02 게재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연설에서 전작권의 ‘회복’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전작권 환수를 ‘당연한 일’이라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어 안규백 국방장관은 이달 중순 현 정부 임기 중에 전작권 환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실행 의지를 강조했다. 또 다음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전작권 환수를 핵심 의제의 하나로 다룰 예정이다.

문제는 전작권 환수의 성공 여부다. 전작권 환수는 정권 차원의 결단이 선행돼야 하지만 그것이 전체는 아니다. 이 시점에서 노무현 참여정부의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참여 정부는 전작권 환수에 누구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졌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내의 환수 반대다. 참여정부 시기의 반대세력은 집요했다. 미 행정부 비밀문건을 유출해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당시 야당 한나라당 고위 인사들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극언을 쏟아냈다. 그들은 “전작권 전환은 미국을 배제한 상태에서 북한과 직접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것” “노무현정부의 궁극적 추구 목표는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는 것”이라며 국가 지도자를 ‘북한 동조세력’으로 몰아세웠던 것이다.

지금도 전작권 환수로 주한미군이 감축하고 한반도 안보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등의 그럴듯한 안보 우려를 내세운 환수 반대 주장이 언론 등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환수실패 반면교사 삼길

참여정부 당시의 반대 목소리가 전작권 환수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의 상대방이자 중요한 변수인 미국의 태도를 보면 국내 반대 목소리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은 당시 한국 반대세력의 기대와 상반된 태도까지 보였다. 앞서 버시바우 대사는 야당 인사들의 면전에서 “이런 잘못된 주장을 들으니 마음이 불편해진다”고 직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도 전작권 환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공언했다. 당시 미 국방 정책 결정권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으로 이름만 들어도 강성 인물이었다. 그러나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2006년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전작권을 2009년에 이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의 흔쾌한 이양 표명에 한국정부는 신중의 자세로 바꾸었다. 한국정부는 환수 시기를 3년 연기해 2012년으로 수정 제안했다. 윤 장관은 환수를 연기하면 예비역 장성들의 반대 목소리도 작아질 것이라며 미국을 설득했다. 한미는 나중에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2년 4월 17일로 합의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체의 군 지휘권을 미국에 이양한 7월 14일(1950년)을 거꾸로 한 날짜였다. 그나마 환수의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아쉬운 환수 실패는 계속 악화됐다. 이후 환수 날짜는 재연기됐고, 나중에는 환수날짜 대신에 ‘환수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논리로 대체됐다. 환수조건에는 비핵무장 국가인 한국에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대응 능력’을 요구하는가 하면 기준 자체도 모호한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 들어있다.

정작 전작권 환수 실패의 원인은 다른 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참여정부의 실무장교는 전쟁 수행의 지휘구조가 결여돼 있었다고 토로했다. 즉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한국군 작전사령부가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2008년까지 새로운 사령부 설치하고 3년의 훈련 기간을 감안해 2012년을 설정했던 것이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도 군 내부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해석이 있다.

군 개혁 위한 위원회 하나 없어

지금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추진에 대해 “훌륭한 일"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만약 현재도 준비가 부족하다면 전작권 환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도 있다.

전작권 환수는 지휘구조의 개편과 함께 4차산업혁명 시기와 맞물려 군 개혁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에서는 이들 사안을 종합적으로 다룰 흔한 ‘추진위원회’ 구성조차 아직 없다. 전작권 환수는 다람쥐 쳇바퀴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탈피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김성걸 동아시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