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회계법인 5년간 24.9%↓…회계사 충원 속도 둔화

2025-10-30 13:00:03 게재

성장률 정체는 한국과 비슷한 흐름

빅4 제외한 회계법인 높은 성장률

빅4 중심으로 회귀한 한국과는 차이

잇따른 회계 부정과 기업 파산으로 2020년 이후 회계개혁을 추진한 영국은 최근 5년간 회계법인의 통·폐합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회계당국은 대형 회계법인인 빅4(PwC, KPMG, Deloitte, EY) 중심의 감사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제도 개혁을 진행해왔다. 감사시장에서 대형 상장사들에 대한 빅4의 독점을 깨기 위해 중견회계법인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지속됐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 런던사무소는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가 작성한 회계법인과 외부감사시장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정리해 내부적으로 보고했다. FRC는 회계사 협회와 회계법인, 회계사에 대한 감독 권한과 제재권을 갖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영국에서 법정 외부감사인으로 등록된 회계법인은 3800개(신규 172개, 폐업 430개)로 최근 5년간 24.9% 감소하는 등 통·폐합이 확대됐다.

영국 7개 회계사 협회에 등록된 회계사수는 40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000명(0.8%) 증가해 회계사 충원 속도가 둔화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1.7%였다.

2024년도 회계법인 총 매출액은 205억7000만파운드(약 39조2000억원)로 전년 대비 3.0% 증가하면서 성장률은 정체를 겪고 있다.

한국은 2023사업연도 기준 국내 회계법인 233개, 소속 회계사 1만5829명, 매출액은 5조8000억원이다. 매출액은 전기 대비 1.8% 증가하는데 그쳤다. 2022사업연도에 11.9% 증가한 것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감사시장 매출 증가율이 16.7%에서 4.7%로 급감했다. 이같은 흐름은 2024년과 2025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영국은 성장률 정체와 함께 2024년 회계사 시험 합격자가 18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반면 한국은 2024년 회계사 시험 합격 인원을 1250명으로 늘렸고, 올해는 1200명으로 소폭 줄였다. 회계업계에서는 내년도 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을 1000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은 빅4의 매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2024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하며 2023년 11.1% 증가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빅4를 제외한 회계법인 매출액은 9.8% 증가했다.

FTSE250(런던증시에 상장된 상위 250개 기업) 기업 중 빅4 이외에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실시한 곳은 39개사에서 46개사로 증가했다.

영국과 달리 한국은 2023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한 지정 감사를 빅4 회계법인(회계법인 분류 기준상 가장 상위그룹인 가군)만 할 수 있도록 감사인 지정제 보완방안을 실시하면서 중견회계법인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회계개혁에 따른 주기적 지정제 도입으로 감사 시장은 빅4 비중이 줄고 중견회계법인은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제 개편으로 중견회계법인의 감사 비중은 줄고 빅4 중심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에서 자문 등 비감사 부문 매출액은 151억6000만파운드로 감사부문 54억1000만파운드를 상회했다. 빅4의 비감사 부문 의존도는 76.8%이고 그 외 회계법인들은 67.7%다.

금감원은 “FRC가 외부감사시장의 경쟁 관리당국으로서 중견회계법인의 상장기업 감사시장 진출 확대 및 회계법인의 대형화 추세에 주목하며 향후 시장 경쟁 구도 등을 지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 주요 회계법인별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기준 Deloitte가 49억800만파운드로 매출액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wC(42억5700만파운드), EY UK(37억100만파운드), KPMG(29억9000만파운드)가 그 뒤를 이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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