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총 5조달러 돌파했다

2025-10-30 13:00:01 게재

블랙웰 중국 판매 기대에 급등 … 4개월만에 1조달러 늘며 독일 GDP 넘어서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기술 콘퍼런스(GT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엔비디아가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 칩 블랙웰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시가총액 5조달러 고지를 처음 넘어섰다.

29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3.1% 오른 201.76달러에 마감하며 5조달러를 돌파했다. 4조달러를 넘어선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AI가 세계 경제를 재편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이끄는 강세장에서 가장 중요한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서만 54% 급등하며 S&P500 지수의 연간 17% 상승분 가운데 약 5분의 1을 홀로 이끈 것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약 4조달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엔비디아의 몸값은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약 10%에 달하며, 인도·일본·독일 등 여러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웃돈다. 가상의 국가로 치면 세계 10대 경제권 안에 드는 규모다. 젠슨 황의 재산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18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초 대비 약 680억달러, 27일 종가 대비로는 160억달러가 증가한 수치다.

이날 주가 상승의 결정적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과 엔비디아의 차세대 블랙웰 칩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몇 달 전 중국 수출용 성능 제한 모델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주 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최근 공격적인 행보도 시장의 자신감을 높였다. 젠슨 황 CEO는 31일 경주를 방문해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등과 대형 파트너십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가 한국을 찾는 건 15년 만이다. 앞서 2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GTC)에서는 AI 거품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최신 칩이 5000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궤도에 올라섰다”고 선언했다. 이 발언은 실제 매출이 아닌 수주 기준이다.

기술 혁신 측면에서도 굵직한 발표가 이어졌다. 양자컴퓨터와 자사 AI 칩을 연결하는 ‘NVQLink’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의 발판을 마련하고 큐비트의 오류율을 낮추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17개 양자 컴퓨팅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국 에너지부와도 손잡고 연방정부 산하 국책연구시설에 자사 AI 칩을 탑재한 7대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

통신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노키아와 AI-RAN 전략 제휴를 맺고 통신 장비용 AI 컴퓨팅 플랫폼 ‘ARC’를 선보였다.

월가 분석가들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블룸버그가 추적한 80명 중 90% 이상이 매수 의견을 냈고, 시포트 글로벌 시큐리티스의 제이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만 유일하게 매도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의 급등세를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주가는 2022년 말 이후 1300% 이상 올랐다. 포트 피트 캐피털 그룹의 댄 아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MD와 브로드컴 같은 경쟁사에 일정 부분 시장점유율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주가의 예상 이익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34배 미만으로 5년 평균인 약 39배보다 낮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29배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이주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