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3사, AI 투자 경쟁속 엇갈린 성적표
MS·구글은 클라우드 호조 메타는 비용급증에 주가급락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잇달아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과감한 투자 확대가 기업별 희비를 갈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반면, 메타는 늘어난 비용 탓에 주가가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회계연도 1분기(7~9월) 매출 777억달러, 순이익 277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24% 증가했다. 핵심 사업인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매출이 40% 늘며 실적을 견인했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AI 모델을 호스팅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향후 2년 안에 데이터센터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분기 설비투자액은 349억달러로 예상치를 웃돌았으며, 아직 매출로 잡히지 않은 클라우드 계약 잔액은 3920억달러에 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오픈AI 지분 27%를 확보하고, 2032년까지 해당 기술의 독점적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기로 했다. 오픈AI는 추가로 2500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구매한다.
다만 대규모 투자와 일부 서비스 장애 여파로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3% 하락했다. WSJ는 “투자자들이 애저의 성과를 성장과 지속적 강세의 핵심 지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매출과 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1023억달러, 순이익은 33% 증가한 350억달러였다. 구글클라우드 매출은 152억달러로 34% 급증했고, 검색광고 부문 매출은 566억달러, 유튜브는 103억달러를 기록했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 가까이 상승했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AI 투자가 검색, 클라우드, 유튜브 전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액을 910억~93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525억달러보다 거의 두 배 늘어난 규모다. AI 챗봇 ‘제미나이(Gemini)’ 월간 이용자는 6억5000만명에 이르며, 구글은 최근 AI 기반 검색 모드를 도입해 대화형 응답 기능을 강화했다.
반면 메타플랫폼스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512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27억달러로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원 빅 뷰티풀 빌’ 법에 따른 159억달러 규모의 세금 충당금이 반영된 영향이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에 대비해 용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AI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앞당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는 내년 지출 증가율이 올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메타는 2028년까지 미국 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최소 60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최근 사모신용사 블루아울캐피털과 270억달러 규모의 부채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 또 AI 인재 확보를 위해 최상위 엔지니어와 연구 인재들에게 주가가 비상하게 상승할 경우 최대 10억달러를 웃돌 수 있는, 수천만달러에서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장기 보상 패키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격한 투자 확대에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실적 발표 후 메타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8% 급락했다. 수전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인력 보상이 내년 비용 증가의 두 번째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적 시즌은 빅테크의 AI 경쟁이 단기 수익보다 미래 시장 선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폭증하는 AI 수요의 수혜를 입은 반면, 메타는 ‘초지능’ 시대를 대비한 선제 투자로 단기 불안을 자초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