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4주째 “미국경제 장기 손상 우려”
경제학자들 경기둔화 경고
경제지표 없어 연준 혼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4주째 지속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이번 셧다운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긴 기간에 접어들며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공화 양당이 새 회계연도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수십만명의 공무원이 무급휴가를 당하고 각종 행정 서비스가 중단됐다. 씨티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앤드루 홀렌호스트는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경제에 보다 ‘영구적인 손상(permanent effects)’이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은 정부 폐쇄가 매주 GDP 성장률을 약 0.1%씩 끌어내릴 것으로 추정했다. 2018~2019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셧다운은 35일간 이어지며 GDP를 110억달러 감소시켰고, 그 중 30억달러는 회복되지 않았다는 의회예산국(CBO) 분석도 있다.
미 연준은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12월 회의에서의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foregone conclusion)’이 아니다”며 “우리는 항상 사전에 결정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강하게 말하고 싶다. 전혀 확정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는 10월 중순 “셧다운이 짧게 끝나면 4분기 성장률이 몇십bp 하락했다가 내년 1분기에 비슷한 폭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인력과 지출이 영구적으로 줄어 반등 폭이 작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BNY 인베스트먼츠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빈센트 라인하트는 “정부는 셧다운 대응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방조직을 영구적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성장 둔화를 우려했다.
셧다운에 따른 경제지표 부재는 금융시장에도 혼선을 주고 있다. 피터슨연구소의 데이비드 윌콕스는 “연준은 마치 ‘시야가 흐릿한 자동차 유리창’을 통해 운전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통계가 멈출수록 정책 오판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민간 데이터에 의존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블랙록의 러셀 브라운백 부최고투자책임자는 “정부 발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지표와 자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중소 투자기관은 자료 공백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메리벳증권의 미 국채금리 담당 책임자 그레고리 파라넬로는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향후 발표될 경제통계의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다”며 “직원들이 복귀해 뒤늦게 집계하는 데이터는 정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치 마비’가 경제 운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이 시장 불안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