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목하는 ‘K-바비큐 문화’ 위기 상황”
임미애 의원 “운송기준 강화에 숯 가격 폭등 우려”
현재 용기·인증기관 부재에 수입 중단 가능성 제기
내년부터 강제 적용인데 정부 사실상 무대책 일관
정부가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상운송규칙 개정규정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숯의 포장 용기와 인증 절차 변화에 따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비 감소로 인한 숯불구이 고기집 등 외식업 소상공인과 한우·한돈 농가는 물론 물가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수입 업계에서는 현지에서 인증기관과 용기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수입량이 크게 감소하는 ‘숯 대란’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에 따르면 국제위험물해상운송규칙에 따라 ‘숯’은 위험물로 분류돼 있다. 이에 따라 수출국 정부가 지정한 연구실에서 자기발열성 테스트를 통과하고 시험성적서를 선사에 제출하면 일반화물로 적용해서 선적을 해왔다.
그러나 2015년 독일 엘베강과 2016년 홍해를 운항하던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에서 숯에 의한 자연발화 사고가 발생했다. IMO는 수년간 논의를 거쳐 자연발화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숯의 해상운송 규정을 엄격하게 개정했다.
강화된 규정은 올해까지 권고규정으로 적용하고 내년부터 강행규정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숯을 선박에 선적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승인한 용기에 포장해야 하고 숯 생산시마다 승인용기 크기와 무게에 따라 모두 인증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인증도 개정된 규정에 따라 유엔이 인정한 기관에서 받아야 한다.
문제는 운송비용이 크게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인증을 받기도 어렵지만 받더라도 비용이 발생하는데다 용기 변화에 따른 추가 부담도 발생해 최소 50% 단가인상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우려”라고 지적했다.
2023년 기준 국내에서는 연간 14만9370여톤의 숯이 소비된다. 이중 국내 생산량은 8217톤으로 전체 소비량의 6%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생산시설을 풀가동해 증산해도 연간 생산량이 1만톤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 의원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축산농가의 피해는 물론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런 상황에 대한 정부 내 논의도 없었다.
임 의원은 “의원실에서 파악하기로는 최근까지 관련 부처 및 기관과 전혀 협의한 사실이 없었다”면서 “해수부는 개정된 해상운송규칙을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하면서 당연히 관련부처 및 기관과 국내 산업의 피해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수입중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입업체 단체인 한국성형목탄협회 관계자는 “제품단가에 비해 과도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수입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규격에 맞는 포장용기를 생산하는 업체와 인증기관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수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해 전업을 고심하는 업체와 도매상들도 나오고 있다.
임 의원은 “지금 상황은 국내 외식산업 피해 규모 예측은 고사하고 숯 해상운송규칙 개정으로 유엔승인용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 가격이 얼마인지, 인증비용이 얼마나 인상될 것이며 이로 인한 운송비용 상승률이 얼마이고 이로 인해 숯의 단가가 얼마나 인상될 것인지 아무런 분석결과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숯불구이 식당 소상공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어느 날 갑자기 숯 공급이 중단된다면, 이제 막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K-바비큐 문화가 위기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 의원 질의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림청이 단기적으로 국내 생산증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원료 공급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국내 숯 생산 확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숯 등 식자재 공급 차질 등으로 애로를 겪는 외식업체가 있을 경우 외식업체 육성자금 등 지원사업 우선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장세풍·정연근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