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12월 추가 인하, 기정사실 아냐”…시장 과열 경계
FOMC 2연속 금리 인하 … 한미 금리차 1.5%p로 ↓
갈라진 의견·경제지표 부재로 향후 정책 경로 불투명
연준이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고, 양적긴축(QT)을 12월부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75%p에서 1.5%p로 줄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경기 전망을 소폭 상향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2월 추가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계 신호를 보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연준 위원들 간 강한 의견 차이와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로 인한 경제지표 부재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빅컷과 동결 주장 동시에 나와 = 29일(현지시간) 파월 연준 의장은 FOMC에서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p 인하하기로 결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늘 회의에서 향후 정책과 관련해 위원 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발언했다.
성명서 내용을 보면, 경제 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확장 중이라는 문구로 일부 수정됐다.
고용은 둔화되고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표현은 유지됐다. 9월 성명서에서 ‘상반기 성장둔화’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10월에는 경기 인식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해석된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연초 이후 다시 높아졌으며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으로 공식 고용지표 발표가 지연된 가운데 노동 수요 둔화가 이어지며 12월 보험성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연준의장 발언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과열을 경계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FOMC 회의에서는 ‘빅컷’(0.5%p 인하)과 동결 의견이 동시에 나오는 등 위원들 간 강한 견해차가 나타났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금리 동결 의견을 낸 반면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는 9월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0.5%p 인하 의견을 내놨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개입 영향으로 이전과 달리 미 연준이 양분화되고 있음이 재차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미 연준의 금리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의장 선임을 준비 중이어서 내년 초부터 파월 의장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미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 리스크도 동시에 높아질 것이다.
◆셧다운 장기화로 경제지표 확보 지연 = 여야 대치에 따른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10월1일 시작)로 정부가 산출하는 공식 경제지표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연준은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양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데, 둘 중 하나에 관한 데이터만 부재하더라도 정책 판단이 어려워진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셧다운 개시 이후 경제통계 산출 관련 업무를 중단했고, 예외적으로 지난 24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만 당초 일정보다 10여일 지연해 발표한 바 있다.
고용지표는 지난달 5일 발표된 8월 비농업 고용지표 이후 신규 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고용시장 하방(약화) 위험이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 핵심 변수가 된 상황에서 고용지표의 부재는 연준 위원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는 지점으로 꼽힌다.
◆미 단기 자금시장에 숨통 트이나 = 이날 기준금리 결정과 별개로 연준은 QT 종료를 12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스탠딩 레포 기구(SRF) 이용이 증가하면서 단기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부각됐다. 특히 연준이 관리하는 만기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인 SOFR(무위험지표금리)가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치 상단을 벗어나 거래되는 사례가 최근 몇 주 새 빈번하게 발생했다.
뉴욕 연은 자료에 따르면 SOFR는 지난 28일에도 4.31%를 나타내는 등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치 상단(4.25%)보다 높게 거래됐다.
월가 일각에서는 미 재무부가 장기채 대신 단기채 발행 비중을 늘리면서 단기자금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QT 조기 종료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번 회의에서 정책결정으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양적긴축이 종료되면서 최근 유동성 압박을 받았던 미 단기자금시장에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미 재무부의 단기채 발행 확대가 단기자금시장을 압박한 요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게 (자금시장 압박의)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파월은 "양적긴축 종료에 따라 만기가 도래한 주택저당증권(MBS) 자금을 미 재무부 단기국채(Treasury Bills)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여파로 단기자금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체로 불안감이 확산한 전례가 있다.
이에 연준은 2019년 7월 ‘보험성’ 금리 인하와 함께 예정보다 빨리 양적 긴축을 종료해 시중에 황급히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