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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5-10-31 12:59:58 게재

2025년의 글로벌 경제는 한마디로 ‘인공지능(AI) 전환의 대장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엔비디아와 오픈AI를 앞세워 생성형 AI의 표준을 선점하는 동안 중국은 ‘기술자립’을 선언하며 AI 반도체, 대모델, 산업 응용에서 거대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이른바 ‘BAT+H’는 자체 GPU 설계와 대규모 파라미터 모델 개발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하며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 주식시장에서 기술주는 반복적인 변동성의 진폭 속에서 저평가 상태에 놓이기 쉬웠다. 그러나 지금의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섹터를 넘어 제조·의료·금융·교육·물류에 이르는 ‘산업 전체의 디지털 개조’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현장형 AI에 강점

세계 AI 투자에서 미국은 여전히 표준과 IP의 중심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거대한 내수’ ‘정책 일관성’ ‘현장 적용 속도’라는 세 가지 무기로 격차를 줄여왔다. 반도체 제약으로 고성능 칩 접근이 제한되자 중국은 소프트웨어 최적화. 경량 모델, 수직 통합형 산업모델로 우회로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도입 속도다. 제조·전력·물류·도시·의료에서 ‘AI로 당장 개선되는 KPI(수율·고장예지·전력손실·대기열·판독정확도)’가 숫자로 증명된다. 수요가 크고 피드백이 빠른 시장은 학습효과가 누적되며 장기 경쟁력을 만든다. ‘누가 더 좋은 모델을 갖고 있나’보다 ‘누가 더 빨리 수익모델로 전환하나’가 관건이라면 중국은 현장형 AI에서 분명한 강점을 지닌다.

중국의 AI는 더 이상 ‘유망산업’이 아니다. 국가 성장모델의 핵심동력으로 격상되었다. 시진핑 주석이 “AI는 새로운 생산력”이라 규정한 이후 15차 5개년 계획과 ‘신형 생산력’ 전략 안에서 AI는 반도체·양자·생명과학과 함께 기술주권의 기둥으로 배치됐다.

2025년 하반기의 당정 기조는 일관된다. 대규모 연산 자립과 데이터 주권을 전제로 기술–산업–안보가 하나의 정책루프로 묶였다. 이는 보조금 확대나 규제완화의 차원을 넘는다. 칩과 클라우드,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밀어올려 거시(국가전략)–중시(산업정책)–미시(현장 KPI)가 맞물리는 ‘총동원형’ 성장방식을 택했다는 뜻이다.

이 전략은 산업구조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중국의 AI 생태계는 반도체 → 클라우드·서버 → 대규모 언어모델(LLM) → 산업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는 수직 통합을 빠르게 구축 중이다.

하드웨어 층에서는 중국국제반도체(SMIC)가 공정자립의 하방을, 바이렌 캠브리콘(한때의 GPU·NPU 대안)을 비롯한 팹리스가 연산 칩 선택지를 확대하며 국산 연산의 가용성을 넓힌다. 중간층에서는 알리윈·텐센트 클라우드가 데이터센터와 머신러닝운영(MLOps)을 표준화해 모델 배포의 단가와 지연을 낮추고, 상부의 모델 층에서는 바이두(문심 4.x), 지푸AI, 샤오이 등이 중·대형 파라미터 계열과 경량·온디바이스 라인업을 병행해 수요 지형을 촘촘히 메운다.

요컨대 중국은 ‘모듈의 조립’이 아니라 사슬의 봉합을 선택했고, 이 사슬의 결속력이 바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의 근거가 된다.

생태계 빠르게 수직 통합 구축 중

개별 기업을 보면 전략의 결이 뚜렷하다. 바이두는 문심 4.0을 중심으로 검색·광고의 단위경제학을 개선하고 자율주행(로보택시)와의 데이터-피드백 루프를 키워 모델성능을 현장 데이터로 재학습시키는 폐쇄회로를 구축했다. 광고 클릭률·전환율 개선이 곧 모델 투자재원으로 환류되는 구조다.

알리바바는 ‘통의 천문’을 전자상거래 동선과 알리클라우드에 깊게 심었다. 상품 검색·상담·정산·사기탐지까지 풀스택 자동화를 밀어붙이며 금융(소액대출·리스크관리) AI를 결합해 현금흐름의 변동성을 줄인다.

텐센트는 위챗 생태계의 월간 초대규모 트래픽을 기반으로 도우미 에이전트를 슈퍼앱에 녹여 LTV·리텐션을 끌어올리고, 게임 제작 공정(콘텐츠 생성·QA·운영)에 AI를 접목해 개발주기 단축·운영비 절감을 노린다.

화웨이는 어센드 앤드 쿤펑(Ascend·Kunpeng)으로 대표되는 칩–CPU–인터커넥트–스토리지–네트워크를 하나의 온쇼어형 스택으로 엮어 통신·전력·공공 영역에 납품한다. 여기서 전력사용효율성(PUE), 랙당 성능, 지연시간 같은 ‘데이터센터의 공학지표’가 곧 매출·마진의 지표로 번역된다. 이처럼 정책의 톤과 산업의 설계, 기업의 실행이 동일한 벡터로 정렬된 시장은 드물다.

투자자 관점에서 핵심은 두가지다. 첫째, 수직계열화의 어느 층에서 병목을 해소하는가—칩의 가용성, 클라우드의 효율, 모델의 경량화, 앱의 KPI가 순서대로 풀리는 기업이 리레이팅의 순번을 선점한다.

둘째, 각 기업 전략이 현금흐름으로 어떻게 전환되는가—광고, 구독, 용량 과금,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의 월·년 반복매출(MRR·ARR), 그리고 공공·통신의 장기 계약이 만드는 캐시플로우가 방어력과 승수(멀티플)를 동시에 높인다.

중국 AI의 구조적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 스토리’가 아니라 기술–인프라–현금흐름의 폐곡선을 얼마나 빠르게 닫느냐, 그리고 그 속도를 정책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넓게 받쳐주느냐에 수익률이 달려 있다.

월가는 ‘싸고, 팔리고, 열릴 것’에 주목

월가의 시선은 의외로 단순하다. ‘가격이 싼가’ ‘현금이 붙는가’ ‘제도가 길을 열어주는가’다. 중국 AI를 보며 이 세 가지 잣대를 동시에 들이대고 있다.

첫째, 저평가 메가트렌드에 대한 컨센서스가 분명하다. 나스닥 동종 업종 대비 매출대비주가비율(PS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눈에 띄게 낮은데, 이는 본질가치 훼손이라기보다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이 과하게 덧씌워진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월가 주요 하우스—모건스탠리 JP모건 UBS—의 최근 코멘트는 서로 닮았다. 2025~2026년 실적 전환이 본격화되면 ‘가치 재평가 국면’이 열릴 것이고, 그 순간 밸류에이션의 간극이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는 것. 결국 내러티브가 아니라 실적이 리레이팅의 스위치라는 얘기다.

둘째, 미중 분리(de-coupling)의 역설적 수혜에 대한 분석이 깊어졌다. 제재가 강해질수록 중국 내부 수요와 자급률이 올라가고, 글로벌 밸류체인은 ‘미국 이외 옵션’을 탐색한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하드웨어와 플랫폼 모두에서 중동·동남아·브릭스와의 회랑이 넓어지는 조짐에 주목한다.

이 흐름은 수출주도의 매출 라인을 만들어 주고 조달, 현지 자본적 지출(CAPEX), 서비스형 MRR이 연결되는 삼각 수익구조를 현실로 만든다. 제재가 리스크를 키우지만 같은 강도로 대체 수요와 회랑 수익을 밀어 올린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곧 알파가 되는 구간’을 계산하는 분위기다.

셋째, 자금의 그릇은 이미 준비되고 있다. AI 특화 ETF의 편입 전략이 대표적이다. 블랙록 벵가드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운용사는 중국 AI 익스포저를 부분 편입하는 상품을 설계하면서 홍콩(H)과 본토(A)를 함께 담는 ‘A+H 병행’을 기본 구조로 삼는다. 공시·거버넌스·해외수주가 강한 H주를 코어로, 정책 트리거와 부품 체인 모멘텀이 빠른 A주를 그로스·옵션으로 섞는 식이다.

월가의 의도는 분명하다. 단일 종목의 변동성 대신 지수·바스켓으로 미세조정 가능한 유동성 통로를 열어 리레이팅의 앞단부터 후단까지 회전하며 수확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월가가 보는 중국 AI의 핵심은 ‘싸고(Valuation), 팔리고(Revenue), 열릴 것(Policy)’의 교집합이다. 투자자는 이 교집합이 넓어지는 지점을 추적하면 된다. 실적 가시성의 상승, 회랑 수출의 신호, ETF 자금의 흡수가 동시에 관측될 때—그때가 바로, 포지션을 키워야 할 때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