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시장서 도요타보다 불리
관세협상 타결됐지만 현지 생산규모 적어 관세노출률 높아 … FTA 수혜도 백지화
한국과 미국이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본 자동차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비중이 일본 경쟁사보다 낮아 관세를 부담하는 차량비중이 많기 때문이다. 또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누렸던 무관세 혜택도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에 비해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233만대를 판매했다. 이중 127만대를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했고, 106만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도요타의 미국 현장공장 생산 판매비중은 54.5%로 현대차·기아보다 10% 이상 높다.
혼다는 미국시장에서 판매한 총 142만대 중 120만대를 현지공장에서 생산했다. 일본 등에서 제조해 수출한 차량은 22만대에 불과하다. 현지공장 판매비중이 84.5%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관세 노출률을 비교해보면 현대차·기아차는 8.77%로, 도요타 6.82%, 혼다 2.32% 보다 높다. 관세 노출율이란 해당기업이 특정 시장에서 판매한 물량 중 관세가 실제로 적용되는 수입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즉 기업의 수출입 구조상 얼마나 관세부담이 노출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즉 관세 노출률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은 무역정책 변화에 덜 취약하고, 구조적 경쟁력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현대차·기아가 관세를 부담하는 차량비중이 도요타와 혼다보다 더 많은 구조다.
이와 함께 한미 FTA로 일본 유럽연합(EU)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던 한국 자동차 관세가 이들과 같은 수준으로 확정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 타결로 미국으로의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한미 FTA를 통해 확보했던 ‘최혜국 관세율 대비 2.5% 인하 혜택’이 고려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과거 2.5% 관세가 부과됐던 일본 EU 자동차와 달리 한국은 무관세로 자동차를 수출했던 점을 회고하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