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불안정한 휴전…빅테크 약세에 뉴욕증시 하락

2025-10-31 13:00:01 게재

낙관론 vs 신중론 공존 … S&P500 연내 300포인트 이상 하락 전망 나와

국제금융센터 “고평가 우려 미 증시 조정 유의해야” 서학개미들에게 경고

사상최고치 경신 중인 한국 증시에도 직접적 영향 미칠 수 있어 신중해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불안정한 휴전으로 평가되고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약세가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이런 가운데 해외 주요 투자기관 19곳에서 올해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최근보다 평균 300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금융센터는 연일 신고가를 돌파하는 미국 주식 시장 고평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경제 및 정책 불확실성 확대, 미·중 갈등 재점화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증시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는 한국 증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 재연 가능성 여전 = 3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109.88포인트(0.23%) 밀린 47,522.12에 거래를 마감했다. S&P500은 전일대비 68.25포인트(0.99%) 떨어진 6822.34, 나스닥은 377.33포인트(1.57%) 떨어진 23,581.14에 장을 마쳤다.

이날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시행 중인 합성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적 관세를 기존의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하는 등 미·중 양국이 무역 갈등 긴장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합의는 불안정한 무역 휴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100% 초고율 관세 유예 기간(11월 중순 만료) 재연장 문제, 엔비디아의 블랙웰 중국 공급 문제 등의 핵심 논의가 빠졌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무역 갈등 이슈는 아직까지 잔존하는 상태다.

이번 협상에서 대만은 물론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의 유예 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반도체 문제 등 핵심 사안은 여전히 논의되지 못했기 때문에 일시적인 시간을 확보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의 도발적 습관을 고려할 때 언제든 대중 고율 관세와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이 시장충격과 정치적 지지 측면에서 다소 유리해 협상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협상 세부사항과 이행여부를 두고 양국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우려 = 이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주가가 11.33% 급락했다. 메타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세금 160억달러가 발생하고 막대한 AI 투자 부담(AI 투자비용 충당을 위해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 클라우드 등 직접적 AI 수익 모델 부재 등이 부각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투자에서 약 31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고 AI 지출을 더 늘릴 것이란 전망에 약세를 보이며 주가가 2.92%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특히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자본투자가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S&P500 주가지수 전망 최대 1600포인트 격차 = 한편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뉴욕증시에 대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낙관론과 단기 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공존하고 있다. 해외 투자기관들의 S&P500 주가지수 전망은 최대 1600포인트 격차를 보이며 뚜렷하게 엇갈린 상황이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Oppenheimer)와 도이치뱅크 등은 올해 말 S&P500 지수가 7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견조한 기업실적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해 온 가운데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생산성 향상과 비 기술주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금융사를 제외한 S&P 500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작년 6.2%에서 올해 17.5%로 확대되고, 빅테크 기업(M7)은 35.5%에서 71.8%로 더 가파르게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7의 이익 성장세가 다른 부문으로 확대되면서 S&P 500의 주당 순이익 증가율도 작년 7.6%, 올해 12.6%, 내년 13.0%로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스쿠샤은행과 스티펠니콜라스 등은 5500~6000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19개 투자기관의 올해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전망치 평균값은 6538.16으로, 최고가인 28일 종가 6890.59보다 352포인트 이상 낮았다. 전일(30일) 종가보다도 284포인트 이상 낮다. 이들은 △심리적 과열 △AI 편중 리스크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 등을 고려할 때 단기 조정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주식시장 투자심리 과열 여부를 반영하는 ‘레프코비치 지수’가 최근 0.71로 과열 단계 임계치(0.38)를 크게 웃돌면서 신중한 시각에도 힘이 실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S&P 500 전체 시가총액에서 M7이 차지하는 비중이 32.6%에 달한 점도 향후 금융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 요인이라고 짚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너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국제금융센터는 그 연장선에서 주가매출액비율(PSR) 등 주요 밸류에이션 지표가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고평가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옵션 시장 가격과 변동성 지표를 활용해 S&P 500 지수 수익률 분포의 비대칭성을 수치화한 ‘왜도 지수’도 150을 넘어 과거 조정기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지수는 2017년 이후 다섯 차례의 조정기에 앞서 모두 150을 웃돌았는데, 올해 6월 이미 156.6을 기록한 뒤 10월 말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다수 기관에서 뉴욕증시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미국 경제와 정책 불확실성 확대, 미·중 갈등 재점화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주식 시장 고평가 우려와 맞물려 증시 조정을 촉발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단기 급등 경계 =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의 단기 주가 급등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확대된 점은 단기 조정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미 관세 협상 세부 내용과 관련해 전일 양국 간 이견이 나타난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미 관세 협상은 현재 미국과 한국 측의 이야기가 다른 부분이 있어 최종 서명할 때까지도 정치적인 노이즈가 주식시장에 빈번하게 개입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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